연출 : 윤성식
극본 : 송지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마초 냄새 가득한 드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
아직 3회까지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더 지켜봐야할 필요성이 다분하지만
아직까지는

"송지나 작가님, 한 건 하셨군요!"

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청률로서 나의 느낌에 확신을 실어주셨으면 좋겠건만,
그냥 송지나 작가님의 작품 중 이렇게 나를 뒤흔들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좋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BEST 3위 안에 드셨지만,
언제서부터인가
송지나 작가님의 작품이 나의 성향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5년 온 세상을 귀가시계로 만들었던 드라마 <모래시계>!
하지만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였다.
유명했지만 12살의 내가 좋아하기에는 너무 깊이있는 작품이랄까?

오히려 그 후 2000년 <카이스트>와 내가 진정한 퓨전사극의 시초로 인정하는 <대망>으로
송지나 작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SBS 러브스토리 증 <해바라기>였다.
이승연과 이병헌 주연의 2부작 드라마였는데,
정말 이중인격 인물을 그렇게 생동감(?) 있게 그려낸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뒤 <태왕사신기> 등의 나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김종학 감독과 송지나 작가의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낳았으나,
그저 내 눈에는 돈을 들여 겉멋만 부린 작품으로 밖에 기억되지 않았다.
(솔직히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는 송지나 작가님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송지나 작가님이 다시 <남자 이야기>로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으로,
이렇게 나를 설레게.

<남자 이야기>를 봐야 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박용하와 박시연이 주연이라는 사실 외에 아는 것도 없었고,
예고편도 흥미를 끌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우연히 보게 된 1회.
역시나 어두웠다.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보고 있는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기업을 먹기 위해 조작된 언론.
그 언론에 희생된 아무 죄도 없는 평범한 시민.
그래서 무너지는 한 가정.
그렇게 형을 잃고 사채에 자신마저도 버려버리게 되는 한 남자.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스토리에 만두 파동과 한 교수의 석궁 사건에,
최근 미네르바 사건까지 끼워맞췄다는 거.
(솔직히 미네르바 사건은 신문에서 설레발을 쳐서 더욱 비슷해보이는 거지,
오늘 실제로 캐릭터의 실체를 보고 나니 아주 유사하지는 않은 듯.
약간 비슷할 뿐.)

남자라면 한 번 감옥에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는 설정과,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결국 상류층의 섹스워커가 된 여성.
이렇게 두 줄만 보면 굉장히 쌍팔년도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겠지만,
꽤나 튼튼해보인다. 

기대된다.
제발 회를 거듭할 수록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말고,
송지나 작가님이 한 건 크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