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
돈은 쥐꼬리만큼 주고, 애사심 많은 사원에게는 비전이 있으나, 그저 회사원인 이들에게는 비전이 전혀 없다고 느껴지는 그런 회사에 다니고 있음.
이 업계에서는 이런 근무 환경 내지는 근로 조건, 봉급 등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수 거대 자본인 아닌 이상.
그렇기에 이 현실을 모두 알고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왔건만,
실제로 들어오고 나니, 생각보다는 심각한 환경과 어찌해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3~5년은 참아보자라는 마음은 입사와 동시에 2년~3년이 되었고,
몇달이 지나지 않아 1년을 채울까 말까로 고민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뭘 하고 살아야할까?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이토록 어려워지다니.

우선 5월 예술경영 대학원에 원서를 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합격을 하던, 하지 않던 1년이 되는 순간에는 이 회사를 그만두리라.
처음에는 일말의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
어차피 특수대학원은 일주일에 두 번 야간이니까,
회사에서 내 대학원과 병행을 용납한다면,
공부를 하면서 이 회사를 더 다닐 마음도 있다고.
하지만, 회사에서 OK를 한다해도(OK를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이제 여기 있을 마음은 없다.
아니, 이것도 거짓말.
공연 쪽에 계속 머물고 싶다면 어떻게든 이 회사에서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진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었다.

근데, 지난 달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또 조금씩 조금씩 드라마 PD가 너무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들에게 그토록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라고 외치면서,
정작 나는 그사세를 보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서있고 싶은 것.
그곳에 있지 못함에 대한 서글픔.
때로는 분노.

내가 가장 원하는 일.
내가 쓴 것으로 작품을 만드는 일.
연극이 되었든,
드라마가 되었든.
내가 쓴 것으로 내가 작품을 만드는 일.

단 한번 제대로 도전해보지도 못하고 사그라든,
꿈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다시 혼란.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나는 욕심이 너무 많다.
욕심이 나를 살게 하고,
욕심이 나를 망하게 한다.

드라마 작가.
드라마 PD.
공연기획자.
공연마케터.
극장경영가.
연출가.

평범한 직장인?
돈 많이 받는 직장인?
돈 조금 받고 하고 싶은 일에 어설프게 걸쳐있는 직장인?

모르겠다.
지난달에는 대학원은 다니면서,
방송사 시험을 준비하자는 생각을 살짝 했는데,
정말 모르겠다.
대학원도 예술경영 대학원을 가는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경영을 배우는 게 맞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극작이나 희곡론, 작가론 등 문학을 배우는 게 맞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아카데미를 다니는 게 맞는 건지.

작가.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생겼다.
언제라도 금방 바뀌어버릴 수 있는 호칭이라는 걸 알면서도,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어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도 글을 쓰고 싶어했지만,
제대로 된 글을 완성한 적도 없었고,
글에 대해서 호평을 받아본 적도
(라고 쓰다보니, 가능성은 있다라는 말은 들은 적은 있다는 생각이 났다,
어쨌든, 이야기창작을 가르쳐주시던 교수님께서는 단 한번도
내 글을 칭찬하신 적이 없다)
없다.

그런 내 글을 보고,
그런 내 글을 보고,
그런 내 글을 보고,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해왔지만,
정말 글을 쓰는 걸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전문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 일을 하면서(그래서 그게 드라마 PD이기를 바랬지만),
가끔씩 가끔씩, 단막극을 쓸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내게,
그런 내게,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내게는 얼마만큼의 능력이 있을까?

내가 정말 무지하게 노력을 하면,
내가 내가, 내가,
PD가 될 수 있을까?

오빠가 말했다.

"방송사는 니가 생각하는 contents를 만들기 위해 PD를 뽑는 것이 아니다.
PD
시험의 과목들이 니가 지향하는 바를 테스트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말이다."

동감한다. 매우.
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드라마를 만들 자신은 있지만, TEST에 통과할 자신은
없다.
나를 보면, 가능성이...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데,
왜. 왜. 왜.

드라마 작가의 길도 그랬다.
나의 글쓰기.
그래, 나쁘지 않다.
재능이 아예 없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재능은
5%정도.
그 5%를 가지고 어떻게 지지고 볶아 먹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더라면

<여기까지 쓰고, 나는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을 만났다>

위의 감동 따위가 무색하게,
나에게 '작가'라는 단어를 붙여준 내가 선망했던 직업의 사람은,
정말 후덜덜의 정신상태.
그 사람이 아무리 사회적 명망 내지 입지가 훌륭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런 성격의 사람이라면,
인연을 맺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솔직히 그냥 놔버릴 수만도 없는 것이 사실.
썪은 동아줄도 동아줄은 동아줄이니까.
하지만 거기에 목숨을 걸지는 않은 것이다.
그냥 적당하게,
적당하게,
적당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그렇게.

아직도 나는 모르겠는게 투성이지만
아직도 내 갈 길을 정하지 못했지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I'm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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