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010년 1월 30일 (토) 4시
공연장 : KT&G 상상 아트홀

나는 아무래도 그냥 윤희석이라는 남자가 좋은가보다.
2005년이었던가? 무튼 과거 엄기준의 <헤드윅>을 봤을 때는 미칠 듯이 좋았다.
그리고 얼마전 송용진의 <헤드윅>을 봤을 땐, 무엇인가가 불만족스러웠다.
예전에 공연을 봤을 때는 소극장에서 미칠 듯한 열기가 느껴졌었는데,
KT&G 아트홀이라는 중극장 때문인지는 물라도,
나란히 보이는 사람들의 머리가 꽤나 거슬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송드윅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기대보다는 나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번 헤드윅 캐스팅은 윤도현, 강태을, 송용진, 최재웅, 송창의 그리고 윤희석.
얼마전 공연을 보게되었을 때 누구의 캐스팅이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윤희석 님의 <헤드윅>을 보고 싶었고, 송드윅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송드윅의 공연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이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윤희석의 <헤드윅>을 보고 난 후 이렇게 가슴떨려하는 것은,
내 마음속에서 1순위 였기 때문일지도!



윤희석이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것은 무대가 아닌 방송을 통해서였다.
단막극과 <90일 사랑할 시간>을 통해 얼굴을 알게 되었고,
TV문학관 <봄봄>과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 때문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가 뮤지컬 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한 번쯤의 그의 무대를 보고 싶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헤드윅>이라니 잔뜩 기대를 하게 될 수밖에.



무대 뒤에서 등장하는 그의 모습 자체에 나는 이미 이성 및 객관적인 능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첫 노래를 불렀을 때,
나는 이미 그에게 빠져들었다.
일단 목소리가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다.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순간과 과정은 정말 알 수 없는 신비한 타이밍이 있다.
그냥 나는 이 사람의 목소리가 좋다.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못부르는 지 이런 것은 비전문가인 내가 잘 알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송용진의 허스키한 목소리(원래 그런 건지, 그날 목 상태가 안 좋았던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송용진의 무대는 처음이었으니까.)가 계속 걸렸었다. 높은 음은 괜찮았지만 저음을 부를 때 목소리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도.



윤희석의 경우 노래를 부를 때 여자처럼 부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런 윤희석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송용진과는 다른 애드리브들.
역시 뮤지컬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배우가 다르면 똑같은 공연을 봐도 꼭 다른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윤희석은 감정의 완급을 잘 조절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를 칠 때도 그렇고, 노래를 부를 때도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몸매가.......................................헉.

모르겠다. 그냥 이 배우가 너무나 좋다.
공연을 보고 나면 다른 캐스팅들이 궁금한데.
(특히나 <헤드윅>의 경우 윤도현이 너무 궁금한데)
이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그냥 이 사람의 공연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블로그들을 좀 돌아다녀봤는데,
역시나 평이 극과 극이다.
노래를 못부른 다는 의견도 있고.
나는 Wig in a box 말고는 다 좋았는데.
그리고 이츠학에게도 가장 친절한 <헤드윅>이라는 의견도 봤는데,
엄청 동감했다.
이츠학과 어울려 무대를 만든다는 느낌을 굉장히 강하게 받았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난 후
그 긴 기럭지로 90도 각도로 배꼽인사를 하는 윤희석이라는 배우.
공연을 다 떠나서,
이 배우에게 또 반해버리고 말았다.

멋있다. 윤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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