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얘기보다 개인적인 '한탄'이 더 많음.
최악의 타이밍과 상황으로 1막만 보고 나왔음.

조금은 개인적인 이유로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무언가 이 공연을 보고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하지만 아침 알바를 시작한 첫날인지라 몸은 녹초가 되었고 이상하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밤낮이 바뀐 일상을 살다가 아침형 인간으로 살려니 졸음에 그런가 했는데....그러기에는 앞이 너무 안 보이는 거다. 극장을 가다가 문득 이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눈을 한쪽씩 가려 보니 오른쪽 시력이 이상한 것. 아뿔싸. 또 한쪽 렌즈가 없어졌거나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이.
표를 찾고 화장실로 달려가 확인하니.... 없다. 오른쪽 렌즈가 없어졌다. 하아ㅠ 피곤해서 눈을 비비다가 빠진 거 같다. 하드 렌즈도 아니고 소프트 렌즈를 이런 식으로 잃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몸은 피곤하지
앞은 안 보이지
좌석은 2층이지.

과연 내가 이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싶었다.
난시가 워낙 심한 편이라 그저 사람의 형태만 보일 뿐. 집에 갈까 하다가 그래도 극장 까지 왔으니까 일단은 시도해보자 싶어 객석으로 향했는데....

아- 내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
정말 관크 제대로이다.

몸은 피곤하지
앞은 안 보이지
좌석은 2층이지
배는 계속 꼬르륵 거리지.

내 선택지는 정말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상쇄(?) 시킬 정도로 공연이 매력적이기를 바랐는데....
불행히도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1막만 보고 뭐라 판단할 수는 없지만....
흠흠.
(어느 순간부터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는 게...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가 꽤나 조심스러웠다)
일단 연기 톤의 결이.... 애매모호.
연기 엄청나게 잘하시는 분들이 모인 건 알겠는데 이게 좀 애매모호하다. 내가 배우들의 표정이나 몸짓이 안 보이기에 더 청각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 유난히 더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체적인 톤의 결이 잘 모르겠다.

말하고 싶은 부분도.
꽤나 매력적인, 생각할만한 대사들은 많았지만 나.에.게.는 공감가기가 어려웠다고 해야할까.

그저 여자 주인공의 언니가, 그 가족이 말하는 불행에 대한 부분은... 그리고 그 가족에 대한 부분은 생각할 부분이 많은데...
남자 주인공...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로베르트 쥬코를 따라가는 게 참 많이 어려웠다.
왜 그리 눈 내리는 아프리카를 가고 싶어하는 거야? 2막까지 봤더라면 그 이유를 알게 됐을까.

1막에도 기억하고 싶은 대사들은 꽤 있었는데... 역시나 바로 안 적어 놓으니 기억이 안 난다. 하하. 내 뇌의 용량이 문제인 거지. (라고 말하면서 정말 좋았다면 기억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내가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완벽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더라면, 내 배가 고프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1막까지 본 결과... 개인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확인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

프랑스의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유작 '로베르토 쥬코'

'로베트로 쥬코'는 콜테스가 죽기 전인 1988년에 이탈리아의 연쇄살인범 로베르토 쥬코를 모티브로 해 쓴 작품이다. 쥬코는 1981년 19살의 나이에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정신병동 감옥에 수감됐다가 몇년 후 탈출, 프랑스와 스위스 등지로 도망 다니며 사람들을 납치, 살해해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인물이다. 그는 1988년 다시 체포돼 수감됐다가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극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삼은 탓에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는 초기 몇년간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연극은 단순히 살인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사회의 타락과 모순, 가족관계의 파탄, 소통의 부재 등을 고발한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 작품이 쓰인 1980년대 하더라도 주인공의 동기 없는 살인 탓에 사실주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오늘날 악과 폭력이 압도하는 시대가 되면서 동기가 없는 캐릭터의 성격, 논리가 없이 사건이 전개되는 이 연극이 사실주의적인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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