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공연을 많이 잊고 살았다.

공연 본지도 꽤 오래됐고.

이제 '나름' 공연을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너무 보려고 하지 않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수업 시간에 "<나, 말볼리오> 보러 가시는 분?" 이라는 질문을 받고서야 이런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쳐지는 느낌도 싫고,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는 마음에 황급히 예매를 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공연을 보기 전에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다시 읽고 싶었는데... 역시나 나는 마음 뿐.

하지만 딱히 읽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공연을 다 보고 나오는 길,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와 함께 출구를 빠져나오는 한 남성 관객은 (다소 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배우한테 강간 당한 기분이네" 라고 말했고, 횡단 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한 여성 관객은 "기획의 승리인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모든 걸 떠나서,

 

과연 극장이라는 게 무엇인지,

웃음이라는 게 무엇인지,

광기라는 게 무엇인지,

관객이라는 게 무엇인지,

공연이라는 게 무엇인지,

희곡이라는 게 무엇인지,

연기라는 게 무엇인지

 

아주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었다.

웃기지만 웃음이 나지 않는,

웃고 있지만 씁쓸해지는,

조금은 눈물이 날 것도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

 

<나, 말볼리오>는 1인극이었는데, 글을 쓰고 제작을 한 팀 크라우치 Tim Crouch가 출연한다. 이 작품은 관객석의 조명을 끄지 않는다. 어둠 속의 관객석에 앉아 있어야 하는 내가 조명 아래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그만큼 관객 참여가 많은 공연이었는데, 솔직히 고백하건데 한국 사람들의 정서가.... 조금은 착해서(?) 아마 배우가 연기하기가 살짝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 부분까지 다 계산된 연출이자 무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작품을 보고 생각했다.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들...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들.

그 모든 것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그리고 다른 깊이로 바라보고 싶다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난 미치지 않았어.”(I’m not mad.)

“난 미치지 않았어.”(I’m not mad.)

“난 미치지 않았어.”(I’m not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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