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했었습니다.
참 좋아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좋아했습니다.
진심으로 깊게 좋아했습니다.

아직은,
내게 과거형이 되지 않기를.
여전히 좋아하고 싶습니다.




장진 연출님의 <꽃의 비밀>을 봤다.
여성들의 연대가 <아름다운 사인>을 떠올리기도 했고,
음악과 아기자기한 무대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했다.
여전히 뛰어난 장진 감독님의 시추에이션 코미디.
그리고 허를 찌르는 대사와 절묘한 상황들.
많이 웃고, 많이 즐겼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추귀정 배우님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정말 최고였다.
자스민 역에 조연진 배우는 처음 보는 것 같았는데 엄청나게 매력이 흘러 넘쳤고.



하지만.
나에게는 배우들의 연기 외에, 객석에 흘러 넘치는 웃음 외에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너무 슬프게도, 그 무언가를 느끼지는 못했다.
분명 재밌었고... 즐거웠고... 유쾌했는데...
이 허전한 마음은 뭘까.

내가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내 애정이 너무 오랜 시간 지속 됐기 때문이다.
내 좁았던 세상과 세계가 확장 됐고,
소녀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난 더 이상 16살 소녀가 아니니까.

이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나이지만,
아마 다른 캐스트로 시간이 좀 지나고 난 후 한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이미 난 32살의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아직 16살의 내가 내 속에 살고 있으니까.

응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참 오래 좋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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