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내가 왜 이걸 보고 리뷰를 쓰고 있는 거지.

나도 내 취향이라는 걸 모르겠다. 

아마도, '노지마 신지'라는 네임밸류가 아니었더라면, 이 작품을 이토록 좋아하지는 않았겠지?

어쩌면, 이 작품을 시작하지 조차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황당한 작품을.

이런 당황스러운 작품을.

이런 유치해보이는 작품을.


왜! 왜! 왜!

웃으면서 보는 것일까.

솔직히 지금 7화를 보고 있는 중인데...

미친 듯이 웃으면서 보고 있다. 


한동안 일드를 안 봤는데...

<케이조쿠 2: SPEC>를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아다니다가 얻어걸린게 이 <오빠 가챠>였다.

'노지마 신지'가 극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작했는데...

진짜... 대단한 아이디어이다.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뽑기로 오빠를 선택한다는 발상 자체가.

주인공이 아닌 부잣집 여자 아이의 오빠들이 (뽑기에서 뽑은 A랭크 5명. 아직 선택을 못해서 계약을 하지는 않고, 주 단위의 금액을 지불하고 후보로만 달고 다닌다) 노래를 부를 때 한번 빵 터졌고,

발레학원 여학생들이 노래를 때 두번 빵 터졌고,

하여튼 수시로 터진다.


무대 미술은 동심을 자극하고 있는데...

이야기하고자 하는 스토리는 꽤나 진지하다. 

일부 사람들은 아이돌이 벗는 모습이 나와서 심야 시간대냐고 말하지만...

나는 왜 이게 심야 드라마인지 알겠다.


어느 정도의 근친(?)도 있고, 어느 정도의 롤리타 콤플렉스도 있고.

금기에 대한 부분이 동심과 함께 어우려져 있는

아주 아이러니한 경우랄까. 

그리고 동생이 오빠를 선택하는 조건들은 

요즘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기준과 판타지가 오묘하게 섞이면서 

굉장히 풍자적인 성향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재치와 위트를 잃지 않는 다는 것.

유치하지만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게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이게 드라마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내뱉는 대사들.

예를 들면, 

"4회에 나왔었잖아. 벌써 잊어버렸어? 여자들이란"이런 대사들.

이런 틀을 깨는 상황들이 너무 좋다. 


사실, 노지마 신지라는 극작가는 내게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예전에도 이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수현 작가님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가 김수현 작가를 좋아할지 몰랐어"

라고 이야기하는 친구에게 

"그 분은 내가 감히 좋고 싫고를 말할 수 없는 분이야"

라고 말했다.


그런 김수현 작가 처럼 느껴지는 게 노지마 신지이다. 

그를 처음 인지한 건 <인간 실격>. 

그 후 그가 보여주는 작품은 장광설 같으면서도, 예술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심오하게 이야기하기도 했고,

정말 무궁무진한 느낌었다.

그러다 최근 <이상의 아들>을 봤는데... 정말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후퇴라는 느낌보다도 노지마 신지가 이런 작품도 쓸 수 있구나라는 느낌.

이상의 아들은 마치... 홍자매의 작품 느낌이라고 한다면 비교가 되려나?

여하튼... <오빠 가챠>는 <이상의 아들> 보다도 더 나아간 느낌인데...

그게 나쁘지가 않다.

불가능이 없는 작가처럼 느껴져서.

그만큼의 오만과 자신감도 함께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작품이 좋은 가보다. 

<오빠, 가챠> 30분이 채 못 되는 그 시간이, 그로 인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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