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있지만 이 세상에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말,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꿈'이 아니라
어쩌면 '자유'일지도.

속박받고 싶지 않다.
구속받고 싶지 않다.

자유롭고 싶다.
라는 울부짖음따위는 모두 다 거짓말.

소속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

사람은 때어났을 때부터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속하게 된다.
한 가족의 일원으로,
한 부모의 자식으로,
그렇게 그렇게.

아무리 독립을 외쳐봤자,
결국은 부모품안에서 떠나길 싫어하는,
혹은 부모품을 떠났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경제적인 타격을 두려워하는,
한낱 자식일 뿐.

직업을 갖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무엇이고 싶지 않다.
어딘가의 무엇이고 싶지 않다.

과연 그런말들이 가능할까.

어제 오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그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몇 가지 떠오르긴 했지만)
결국 답은.

나는. 즐겁지 않다.
물론 즐겁지 않다.
라는 말이 행복하지 않다와 동의어는 아니다.

이전 직장(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을 때려쳤던 가장 큰 이유는,
퇴근길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한 마디의 영향이 컸다.

'지루해.'

지루한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 하루가 파란만장하다 못해 스펙터클해야지,
나도 모르게 뱉어내는 한숨과 지루하다는 말이 견딜 수 없이 싫었다.

나에게는 더 이상 그 회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선택한 일.
비슷한 업무는 아니지만 이전에 이 업계의 일을 포기하고 오던 날,
흘렸던 눈물.

그 눈물이 나를 다시 그곳으로 데려가게 했다.
아니, 어쩌면 그것마저도 거짓말.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 건 그런 멋진 이유따위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그순간 나를 받아 주는 곳이 그곳 밖에 없었을 뿐일지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의 선택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음을.

하지만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포기했던 그 업계에 들어와
나는 어떠한 모습인가.

나는 즐거운가.
지루하진 않다.
때때로,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아니, 때땔는 아니었다.
단 한번.
여기 서있길 잘했어.
라는 생각은 한 것은.

좋아야 하는데,
매일매일이 가슴 설레임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심장이 뛰어야하는데,
내 온 몸의 솜털이 일어서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알고 있다.
이런 내가 오버스럽다는 거.
일이라는 것이,
직업이라는 것이,
좋을 수만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으련만은,
그래도 나는,

가슴이 뛰었으면 좋겠다.
좋아서 어쩔줄을 몰랐으면 좋겠다.
내가 놓치는 하나하나가 안타까워서 어쩔 줄을 몰랐으면 좋겠다.

날고 싶어서,
하늘 높이 날고 싶어서,
자꾸만 뛰어내리려고 했으면 좋겠다.

밀어주면 뛰고,
안밀어주면 말께요.
라고 말하는 내가 자꾸만 보여서,

나는 자꾸만 자꾸만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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