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09년 9월 19일 (토)
공연장: 샤롯데 씨어터

<오페라의 유령>을 생각하면, 2006년 뉴욕 여행이 생각난다.
브로드웨이에서 선택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하지만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막힌 귓구멍과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도착 바로 다음 날이라는 사실과,
하루 종일 맞고 다닌 비로 인해,
뮤지컬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차마 꾸벅꾸벅 졸수는 없어서,
눈은 어떻게든 뜨고 있었으나,
거의 머릿 속은 하얀 백짓장!
아무 것도 기억 나지 않는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들은 <오페라의 유령>의 마니아인 친구에게 확인해본 결과,
1막의 앞의 앞의 앞의 앞!
그래서 <오페라의 유령>은 내게 풀리지 않은 숙제와도 같았다.

그 뒤로, 다시 만나게 된 <오페라의 유령>.
한국 대사와 한국 캐스팅, 그리고 시차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는 잠실의 샤롯데,
그리고 화창한 날씨.

솔직히 말하자면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뮤지컬은 아니었다.
음악적 감각이 부족한 내게,
오페라는 어려운 장르.
아무리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그 배경이 오페라 하우스에 오페라라는 극중극을 다루고 있는 만큼,
그 넘버들이 나를 즐겁게 해주리라는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보게 된 공연에,
캐스팅이 누군지 조차 모르고 들어가게 되었다.

무대는, 훌륭했다.
역시나 그 명성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아!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으 생각만큼 스펙타클하지는 않았다.
이는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 수도)




지금까지 내가 봤던(몇 안 되기는 하지만) 뮤지컬 중에 가장 멋있었다.
특히 호수장면과,
크리스틴과 라울이 지붕에서 사랑을 속삭인 후 돌아간 후,
팬텀의 등장장면은,
정말 좋았다.

왜 완벽한 무대의 극치라고 칭송받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앙상블 및 군무도 정말 화려했다.
대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팬텀역을 맡은 윤영석 씨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이는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라울 역을 맡은 정상윤 씨의 경우,
정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별로 임팩트가 없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크리스틴의 최현주 씨.
솔직히 별로 안 좋은 평을 듣고 봐서 그런지,
좋지 않았던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좋았던 것 같지도 않다.


1막의 경우, 솔직히 조금 지루한 부분들이 있었고,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2막에서 나의 아쉬움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나라는 사람의 성향 자체가 스토리에 반응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팬텀과 크리스틴, 그리고 라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는 2막은,
극에 심취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감동은. 그닥.
특히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키스하는 장면.
내용만 알았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혹은 영화를 보지 못한 내게,
크리스틴과 팬텀의 키스 장면은,
정말 로 상처입고 외로움에 쌓여있던 팬텀이 위로받는 아름다운 장면일 것이라는 기대와 상상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을지,
나는 키스 후, 팬텀이 그들을 보내 줄 때,
"팬텀, 이렇게 쉬운 남자였어? 키스 한번에 무너지게?"
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리스틴이 진심으로 팬텀을 이해하고 가여워하고, 손을 내밀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팬텀이 위로받고, 믿지 않던 사랑의 존재를 믿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라울과 크리스틴이 정말 불같고 진실한 사랑을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게 연기의 문제였는지, 극의 흐름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내 자신의 문제였는지는 잘 알지 못하겠으나,

볼거리를 화려하고,
정말 눈과 귀는 즐거운,
놓치지 힘든 작품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나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 되지는 않을 듯 싶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