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류정한, 차지연과 신성록.
참 끌리는 조합이 아닌가.
아! 캐스팅 보다도 더 먼저 눈길을 끈 건
포스터.
포스터... 강렬하고 섹시하게 참 잘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찾아봤던 것 같다.
어떤 뮤지컬인지.
'카르멘'이라는 오페라로 더 유명한... 내용은 얼핏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알고 있지 않은 그 작품을 뮤지컬로 어떻게 그려냈는지 궁금했다.
그리곤 차지연 배우가 궁금해졌다.
예전에 본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의 차지연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 <서편제>도 차지연 배우 캐스팅으로 봤는데... 볼수록 놀라움을 안겨 주는 배우인 것 같다.
정말 무대를 꽉 채우는.. 아니 객석을 꽉 채우는 그 노래. 그 노래를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는 느낌!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볼 수 있는 캐스트는 바다. 뭐 무대 위의 바다도 본 적은 없으니 궁금하기는 했다. 그렇게 바다와 류정한의 캐스트로 보게 된 카르멘.

다 보고 나오면서 함께한 이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 "한 150부짜리 아침 드라마를 3시간짜리 해피타임 편집본으로 본 것 같아."였다.
뮤지컬에 스토리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이유로 또 약간의 기대를 해버렸나보다.
절절한 사랑보다는 약혼녀가 있는 바른 생활 사나이가 자유로운 영혼의 여자 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곧 누명을 쓰게 되고, 결국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을 구하고 죽음을 맞는다라는 간략한 줄거리가 전부. 진부해! 진부해! 진부해!

뮤지컬은 역시 스토리 보다는 음악과 무대예술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확실히 안무라던지 서커스 등 볼거리는 훌륭했다. 무대 세트도 좋았고. 음악은 정말 다양하긴 했는데.. 중간 중간 어떤 노래들은 90년대 오현란이 불렀던 드라마 OST 같은 느낌이랄까. 살짝 촌스러운 것 같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취향이었다. 음하하. (어느 부분들은 <돈주앙>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난 <돈주앙>도 내 취향이긴 했다)

바다는 연기가 좀 과장되게 느껴지고 마디마디 딱딱 끊어지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노래는 기대만큼... 아니 기대 이상이었고, 류정한은 이상하게 호불호가 잘 안 생긴다. 꽤 여러 작품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 가르시아 역에 에녹이란 분 참 멋있었다. 캐릭터 빨도 있겠지만... 확실히 매력있었다. 단연 돋보이셨고, 여심 꽤나 울리실 듯!

좀 지루해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특히나 화려함이나 스토리를 보면 부유한 중년 여성들에게 어필이 가능할 듯! 나중에 들어보니 평이 반반이라고 하던데. 나는 확실히 한 번 더 보고싶기는 했다. 다른 캐스트로.

그래서 봤다. 차지연&신성록 캐스트로. 갑자기 꼬여버린 일정때문에 한시간 지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두 다행인 게 비바(?)부터는 볼 수 있었다는 거. 바다가 커튼콜 넘버로 하두 신나게 불러서 기억에 많이 남았었다. (바다의 커튼콜에서 무한도전이 생각나서 살짝 웃기도 했었음)

벗이 차지연의 <카르멘>을 하두 극찬해서 기대치가 잔뜩 올라가 있었는데... 솔직히 비바에서는 막... 미친 듯이 좋지는 않았다. 연기는 자연스러워 괜찮은데.. 허스키 보이스가 약간 내가 생각하는 카르멘의 이미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하.지.만.

'그럴수만 있다면.'

이 넘버 하나로 올킬.
와우. 브라보.
정말 멋지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멋지다.
아, 내가 이 노래를 들으려고 지금, 여기, 이곳에 앉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노래 자체도 좋고, 차지연이 부르는 건 더 좋다.
마지막에 리프라이즈할 땐
진짜 소름이 돋게 좋았다.
앞으로 차 배우의 작품은 항상 기대하게 될 것 같다.
멋진 배우의 노래를 들은 것만으로 나름 괜찮았던 공연이었다.

P.s 신성록은.... 굳이. 할 말이 없다. 빨래 솔롱고로 봤던 최호중 배우... 반가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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