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불법인 건 알지만) MP3 다운 사이트를 하나 알게됐다.
가요의 경우에는 포인트 결제를 해야 하지만,
OST 등은 무료로 다운이 가능했다.

원래도 <지킬앤하이드> OST를 구하고 싶어서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곳이었는데,
오히려 다른 OST들에 빠져버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의 귀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이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OST!

릴리 슈슈라는 가상의 가수를 하나의 중심축으로 하는 영화이기에,
음악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봤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그것은 충격이었으면서도 가슴 먹먹함이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이라기에 잔잔하고도 감성적인 청춘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봤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하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지메 등 청소년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었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영화적인 문법 및 음악도 너무나 좋았었다.

영화를 본 지 오래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연속된 내용보다는 장면 장면이 기억났었다.

어쩌면 너무나 보기 싫은 현실을 담고 있는 영화의 내용에,
나는 기억하기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
음악을 들으며 회사에 가는 길,
문득 문득
잊고 있었던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아, 에테르.
남자 주인공(이치하라 하야토)이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였었구나.
피아노를 치던 여자 아이.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관심있던 그 피아노 치던 여자 아이를 자신을 이지메 시키던 아이들에게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동급생인 친구들로 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머리를 짧게 자른, (아름다움을 포기함으로서 여성을 포기하고, 그럼으로서 자신을 지키고자하는 행동이었다.) 채 나타난다.

그리고 역시나 동급생들로 부터 성매매를 강요받던 또 다른 여자 아이.(아오이 유우가 그 역을 맡았었다)
그 아이가 나는 듯, 떨어져 죽었던 것이 연이어 떠올랐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러자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음악이 바뀌었다.
남자 주인공이 친구들과 오키나와(확실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놀러를 갔다.
훗날 짱(?)이 되어 자신을 괴롭히는 원래는 자신의 친구였던 아이가 포함되어 있는 무리와.
거기서 만난 한 남자.
그 남자가 차에 치어 죽었다.
그를 친 남자와 그의 아내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가 튀어나왔다고 이야기를 한다.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한 장면, 한 장면.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내게는 너무나 어렵고, 너무나 인상깊었던 영화였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그리고 어려운 내용.
복잡한 화면 구성.

다시 보고 싶었지만 다시 보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영화를,
다시 보게 될 것 같아.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버스안에서 자꾸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너무 못마땅해서.

항상 나는 스스로의 잘못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것일까.
이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리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음악이 흘렀다.
 

'지껄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 잘하는 몽양  (0) 2009.10.02
세상에 없는 것  (0) 2009.09.23
씨네큐브에 대한 단상  (0) 2009.09.05
약, 커피 그리고 맥주  (0) 2009.07.25
해보면, 안다  (0) 2009.07.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