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내보이기 부끄러운 나의 상식과 지식들.
솔직히 말해서... 조지 해리슨이 누군지, 나는 몰랐다.
‘비틀즈’는 알고 있었지만,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를 빼놓고는 다른 멤버들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저,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조지 해리슨>이라는 영화를 하길래, ‘이게 뭐지?’하고 소개를 보니, 비틀즈의 멤버란다.
아- 이 무식함.
그래서 한 번 보고 싶었다.
알아야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라도 알고 싶어서.
그러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폴 메카트니가 ‘헤이 주드’를 부르는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 영화관으로 향했다.

사실, 음악적 지식이 전혀 없다.
그나마 비틀즈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라는 영화 때문에 조금 관심이 있었을 뿐.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미국에 다녀오던 비행기에서 자막 없이 봤었는데... 비틀즈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영화이다.
너무나 인상이 깊어서 한국에 와서 다시 찾아봤고... 몇 번을 다시 본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그 뒤 비틀즈의 노래를 알고 싶어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기는 하였으나, 나의 가장 큰 문제점.
좋아함은 깊이를 낳지 못한다.
그냥, ‘좋다’에서 멈출 뿐.
깊이 있게 알려는 노력을 하지 못 한다.

그런 나에게 영화 <조지 해리슨>은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되었다.
정말 잘 모르고 있었던 비틀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지 해리슨’이라는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도.

다큐멘터리 영화가 매력적인 지점이 그런 부분 같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이 조지 해리슨에 대해 말한다.
(처음에 살짝 힘들었던 것은.... 그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엄청 유명한 사람들인 것 같긴 한데... 이 분야에 무지한 나는 이름만 명시된 그들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거.)
그냥 소개팅(?)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모르던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꽤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는 않았었다.
그저 내가 백짓장 상태였기 때문에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이 즐거울 뿐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는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 사이에서의 조지 해리슨이다.
홍보 리플릿에도 그런 글이 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사이에서 고독했던 제3자”

대부분 작곡과 작사를 존과 폴이 했을 때, 처음으로 그가 작곡을 하고 희망을 얻었다는 말. 할 수 있을 거라는.
그리고 차곡 차곡 자신의 곡을 써 내려가고 그것을 발산하고 싶어했다는 것.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으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 그의 모습이 멋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살짝 웃기긴 한데... 영화를 보고 나서, 명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명상에 심취해서... 동양 문화를 서양에 소개하거나 인도의 악기를 배우거나 했던 일화등을 보면서... 동경의 감정은 아닌데...
그냥 나도 모르게... 명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릭 클립튼과 패티 보이드와의 삼각 관계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가 자신의 집을 담보로 영화 제작사를 차렸다는 것.
재밌을 것 같고 해보고 싶은 건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모습들은... 부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이 존재하는 것.
영화 끝 부분, 친구들과 갑자기 모여서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 조지 해리슨.
이제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노래 몇 곡을 따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내가 큰 의미가 아니었을까.

P.s 뻘 얘기를 하나 하자면, 비틀즈의 또 다른 멤버 ‘링고 스타’는 예상 외의 캐릭터였다.
처음부터 “양아치였지”라는 인터뷰로 눈길을 사로잡으시더니, 마지막에 선글라스 안에서 친구를 그리워하며 흘리는 눈물. 유쾌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따뜻함이 있는 분이 아니었나 싶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