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30 / 성신여대 CGV  (스포 포함)

 

 

 

 

노출이나 야한 영화로 홍보되고 있는 <은교>. 워낙 사람들에게 관심 영화로 회자되고 있어서 궁금하기는 했으나 솔직히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다. 아마도 내가 스스로 관심을 갖기 전 너무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거려서 오히려 '나는 별 관심이 없소이다.'하는 청개구리 심리가 작용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동안 정지우 감독 영화 자체에 크게 감흥을 얻지 못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헤피엔드> <사랑니>는 집중해서 보지 못했었고, <모던보이>는 영화관에 가서 재미있게 보기는 했으나 큰 여운이 남지는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자 한 이유는,

 

1. 주위 관심과 기대에 대한 궁금함

2. 박해일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감

3. 원작의 작가인 박범신의 <외등>이란 소설과 단막드라마를 엄청 좋아했다는 사실

 

이었다.

.  

영화를 보기 전 감상평이나 리뷰들을 잘 보지 않는데, 우연히 본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은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누군가는 은교밖에 보이지 않는 영화라고 했고, 누군가는 박해일이 미스 캐스팅이라고 했다. 일흔의 노인이 여고생을 사랑한다는 것이 대중에게 매우 불쾌할 수 있는데 박해일이 노인 분장을 함으로써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는 있었으나, 결국 관객이 일흔 노인이 아닌 박해일과 은교의 사랑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영화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짚어 본다면 잘못된 캐스팅이라고.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은교가 팜므파탈처럼 행동하면서 젊음과 늙음에 대한 철학적인(?) 의미들이 그저 치정극으로 끝나버리게 된다고 했다. 그리 나쁜 평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좋지도 않았던 평을 듣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우선 영상은 매우 아름다웠고, 홍보되고 있는 것만큼 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배우의 전라나 특정 부위의 노출이 선정적이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표현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은교 역할을 맡은 김고은이라는 배우는 주위 평가대로 정말 적절한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연기도 외관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도 꽤 훌륭했다. 그리고 조금은 논란이 되었던 박해일에 대한 캐스팅도 말투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던 부분만 뺀다면 절대 나쁘지 않았다. 중간에 은교에게 헤나를 받으며 젊은 날의 모습으로 그녀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엔 박해일이 노인 분장을 했던 게 최선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김무열. 솔직히 나는 김무열이 맡은 서지우 작가의 캐릭터가 참 좋았는데, 캐릭터만큼의 폭발적인 연기는 없었던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더 돋보일 수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무난 무난 무난했던 느낌이랄까.

 

일단 내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젊음과 늙음에 대한 부분은 좋았다. 서지우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이적요가 축사로 했던 말. 젊음이 상이 아니 듯, 늙음이 벌()은 아니다...(맞나?)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그 메시지는 참 좋았다. 그리고 그리 치정극(?)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은교와 이적요의 사랑 부분에서는 불쾌감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렇다할 감동이나 감흥, 여운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저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 정도!

 

..

서지우와 은교의 격정적인(?) 정사 씬. 그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지우의 차 안에서 두 사람이 키스를 하고 나서 은교가 묻는다. "나한테 왜 이래요?" 나도 궁금했다. 서지우가 은교한테 왜 그러는지. 서지우는 말한다. "외로워서." 나는 그 대답이 그렇게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그런게 그 정사 씬에서 은교가 서지우에게 "여고생이 남자랑 왜 자는 지 알아요?"라고 묻고 "나 좋아해서 그러는 거잖아."라고 말하는 서지우에게 "외로워서에요."라고 대답하는데그 대사가 전혀 공감도 되지 않을뿐더러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 전에 이적요의 이마에 키스까지 해주고, 서로 정서적인 교감을 나눈 듯 굴더니, 곧바로 서지우와 격정적인 정사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화 속에서 은교는 단편소설 '은교'를 서지우가 쓴 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예쁘게 표현해준 서지우에게 마음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전개는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느낌이었다. 이적요와 교감했으나 단편소설 은교를 서지우가 쓴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착각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면 은교의 외로워서요라는 대사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영상도 예뻤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박해일이 나와서 좋았으나 이렇게 영화를 보고 나자 나는 또 원작이 미칠 듯이 궁금해졌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책 <은교>를 읽기 시작했다. 박범신의 소설은 솔직히 말하면 <외등>밖에는 알지 못했다. <외등> 역시 소설로 먼저 접한 게 아니라 KBS TV문학관을 통해서 영상을 본 후 너무 좋아서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은교>. 중간 중간의 감상평 따위는 다 집어치우고결로만 이야기 하자면 책이 훨씬 좋았다. 물론 책과 영화가 동일할 수 없는 것이며 장르의 특수성을 이해해 별개의 것으로 바라봐야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더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이라는 게 똑 같은 것을 봐도 감동하는 포인트도 다르고,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나 상황도 다르다. 나는 영화에서도 관심이 갔던 것이 서지우와 이적요의 관계였다. 그들의 파국은 은교라는 여고생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문학 세계와 작품에서 시작이 됐다고 여겨졌다. 예술에 대한 열망과 열등감 등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가 그들 사이에 있었을 거라고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굉장히 미약하게 표현이 되어 있었는데, 책은 그러한 관계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부분이, 스승의 작품을 훔쳐져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를 한 서지우가 도둑놈 취급을 받고 몰매를 맞고 나서도 이적요를 다시 찾아가는 장면이었다. 이미 균열이 생겨버린 관계이며, 아무리 처음에 자신에게 작품을 준 사람이 이적요라할지라도 스승의 허락 없이 작품을 훔쳐서 발표해버린 제자가 아무 일도 없듯이 다시 스승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인지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소설을 보면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전개 자체가 이적요의 시인노트와 서지우의 일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은교가 서지우와 이적요가 서로 사랑했다고(성적인 의미의 사랑이 아님) 말하는 장면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그 사이에서 자신이 소외감을 느꼈을 정도라고. 그렇다. 나 역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책을 보다 보면 나의 처녀, 은교라는 문장이 나오는데나는 은교가 여고생 은교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발표되지 않은 이적요의 산문이나 소설 등도 지칭한다고 여겼다. 단지 여성을 사이에 두고 파국을 맞은 게 아니라, 작품이 그 균열의 기반이 되었을 것이라고. 문학과 평단에 대한 성찰적인 부분들도 인상 깊게 다가 왔다.

 

또한 서지우와 은교와의 관계도. 책이 좀더 현실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 영화화를 위해 각색을 하다 보면 취사 선택해야 할 부분도 생기고 가공을 해야 할 부분도 생기는데은교와 서지우의 관계는잘 모르겠다. 명확하게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책과 같이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랬더라면 은교가 그렇게 아름답게만 그려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결국 최종적인 생각은 잘 모르겠다이다. 영화 속에서 은교와 이적요가 나누는 대화 중 뾰족한 연필은 슬프다라는 부분은책에서는 없었는데참 좋았던 것 같다. 나는 그들의 교감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그 연필 이야기가 참 와 닿았기 때문이다.

 

서지우. 친구는 책 <은교>를 읽고 서지우가 너무 찌질해서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책장을 덮는 순간에, 혹은 덮은 이후에도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인물이 서지우였다. 요즘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서지우 같은 인물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시인이 되고 싶고, 작가가 되고 싶어 미친 듯이 애썼지만 결국은 시적 감수성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인물이천재가 아닌 범인인 이상에 사람은 다들 서지우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가질 수 없는 무엇인가를 그렇게 원하고 동경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한 만큼 증오하며. 나는 책에서 서지우가 사람을 시켜 이적요에게 은교 남자친구인 것처럼 해달라고 하고, 나중에 그가 이적요에게 모욕을 줬다는 것을 알고 그를 때리던 장면이 아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영화와 책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책이 더 재밌게 느껴졌던 것일 수도 있지만영화보다는 책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은교>였다.

 

  1. 강나루 2012.05.07 16:50

    안녕하세요!
    인터파크도서 작가와의 만남 담당자 입니다.


    영화 <은교> 원작자이기도 하며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작가와의 만남이
    신간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출간을 기념하여 열립니다.
    열정이 가득한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댓글로 참여신청 받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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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ook.interpark.com/meet/webZineMeet.do?_method=detail&sc.mevtNo=30884

  2. 보리 2016.05.18 15:28

    뾰족한 연필은 아프다- 이 대목 소설에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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