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4. 20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금요일 낮 4시 공연. 박광현과 써니 캐스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금요일의 낮 공연이라… 4,50대 아주머니들을 공략한 공연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우들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약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사실 이 공연이 슈주의 규현 군이나 UN출신의 김정훈(?)을 캐스팅하며 일본인 관광객들을 겨냥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광현도 일본의 한류 열풍에 한몫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공연장에 보이는 일본인들의 모습에도 그저, 이 공연 자체가 일본인 관광객을 염두하고 기획되었기 때문에 많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박광현의 사진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일본인 아주머니 발견! , 박광현도 생각보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어떤 작품을 보고 박광현을 좋아한 것인지는…… ..

 

나에게 박광현은 그저 <단팥빵>이다. 최강희와 함께 나온 주말 아침 드라마 <단팥빵>을 엄청 좋아했다. 지금도 가끔씩 유쾌하고 즐거운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면 꺼내 보곤 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그토록 좋아하면서도 남자 주인공한테 매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일은 참 드문데, 박광현이 그랬다. 드라마 하나 좋아하게 되면 배우와 캐릭터를 구분을 못하고 좋아하는 편인데, 박광현은….. 그저 안남준이라는 캐릭터가 좋았을 뿐. 사실, 브라운관에서 보는 박광현은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외모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박광현이라는 배우에 대한 내 지금까지의 생각은…. 무난하지만 특출 나지 않은 배우였고, 내 무모하고도 무지한 편견에 따라 팬도 많이 없을 것이다 였다. 하지만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박광현에 대한 나의 이러한 편견들을 바꾸어주었다. 우선, 팬이 생각보다 많았다. 위에서 밝혔듯, 일본인 열성팬도 많았지만 팬클럽에서 보내온 응원 화환과 쌀 기부도 다른 출연진에 비해서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듯 보여서 신기하다고 해야할 정도.

 

그리고 두 번째. 생각보다 연기를 매우, 아주, 많이 잘했다. 물론 뮤지컬이기 때문에 마이크가 있었지만 발성이나 무대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를 연극무대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굳이 연극 무대라고 말하는 이유는, 노래는…. 노래는…. 노래는………… 쩜쩜쩜.) 극 전반에 흐르는 개그 코드들이 있었는데, 연기를 잘 못하면 굉장히 어색하거나 유치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박광현이 익살맞게 그런 개그를 얼마나 잘 구사하던지. 사실, 공연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올 뻔한 적이 많은데, 박광현의 유연한 연기 때문에 그나마 잘 넘어가 준 것 같다.

 

... 이 모든 칭찬(?)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문제. 노래가…..너무 힘들었다. 사실 배우나 연기자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내 머릿속에 박광현이 가수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도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 소유진이랑 <내 인생의 콩깍지>라는 뮤지컬 드라마에도 출연했던 것도 기억한다. 그래서 캐스팅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 기대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최소한 듣기 힘들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 모든 노래들을 다 소화해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노래들이 듣기에 불편했고, 임팩트는 당연히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안무 부분에 있어서도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없었다. 군무의 경우 다른 앙상블에 비해서 포스가 더 약했다. 박광현의 공연을 보면서 가수를 업으로 하는 아이돌(규현이나 키)들의 연기가 궁금해졌다. 박광현은 생각 이상의 연기를 선보여준 반면에 생각 이하의 노래였는데, 아이돌 캐스팅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표를 구해준 친구는 1막이 끝난 후, 너무 재미가 없다며 지금까지 본 뮤지컬 중 가장 하위라고 했다. 사실 공연을 보러 오기 전 너무나 많은 혹평들을 들은 바 있다. 그래서 보기 전에도 기대치를 낮추고 그냥 설렁설렁한 마음으로 보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그 다짐도 무용지물. 너무나 지루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재미는 없었다. 뮤지컬이라는 게 일단 넘버(음악)가 좋아야 하는데, 사실 귀에 익거나 착착 감기는 노래가 없었다. 가사를 잘 못 붙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곡 자체가 임팩트가 없는 것인지. 라이선스 공연이라는데…. 브로드웨이 공연의 오리지널 OST를 한번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한가지,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여자 앙상블들의 의상이나 안무. 너무 원색적이다. 사실 엔터테인먼트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그의 원피스 수영복 형식으로 된 의상, 섹시한 안무 등 이해해줘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이야기나 노래와 너무 어울리지 않으니 보기 껄끄러울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양키즈가 우승하는 이유가 유니폼이 멋있기 때문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여자 앙상블이 아까 말한 그 옷에 야구 유니폼을 걸치고 춤을 추는데살짝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니, 저 노래에 저런 의상과 저런 춤이 어울리는 거야? 하고.

 

그리고 프랭크가 카페(레스토랑)에서 아버지를 만나던 장면. 여자 앙상블또 아까 말한 원피스 수영복 같은 옷을 입고 하얀 깃털 부채를 들고 춤을 춘다. 한껏 이해해서 고급 레스토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치자. 그런데 우유에 빠진 두 마리의 생쥐 중 한 마리는 포기해서 죽고, 한 마리는 포기 하지 않고 발버둥 처 우유를 버터로 만들어 빠져 나왔다는 그런 훌륭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리나 쫙쫙 벌리는 춤이 웬말인지. 내가 너무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를 원색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왜 그것을 예술 아닌 외설(이렇게 극단적으로 표현할 문제는 아니지만 좀더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로 바라보느냐, 네 눈이 이상한 것이다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면.

 

하지만 그게 누군가의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게 아니라 단지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았다면 그 작품 역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 그 장면을 보면서 <브로드웨이 42번가> 생각을 했다. 그 작품에도 그런 의상과 안무들이 있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쇼 비즈니스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캐치미이프유캔>도 프랭크의 인생을 쇼처럼 보여주고 인생이 한 편의 쇼라고 말하지만 전체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은 2막에서 간호사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절정을 달하고 말았다. 간호사들이 선정적인 유니폼을 입고 아주 뇌쇄적인 노랫말과 몸짓.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그 장면에서 나는 할말을 잃었다. 뮤지컬은 쇼다.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쇼가 꼭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담고 있어야 하는가. 특히나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내용이. 물론 내가 너무 페미니스트적으로 구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이 불편했다. 중장년층이라면, 혹은 남성 관객이라면 눈으로 즐거움을 느꼈을지 몰라도 이게 과연 공연을 좋아하는 2,30대 여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공연은 별 생각 없이 그저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많겠지만)

 

써니는 아주 적은 장면에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써니가 나온 프로그램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무대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발랄하고 귀엽다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솔로곡으로 노래를 부를 때, 잘 부른다는 느낌이었다. 다른 뮤지컬 무대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배우들 개개인을 놓고 본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넘버(노래)가 참 임팩트가 없었다. 즐겁거나 신나지가 않았고, 가사에 집중해 감동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름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 인간적인 외로움, 가족에 대한 애정 등은 참 괜찮았고,(원래도 원작이 좋으니까.) 나름 수미쌍관(?)의 연출도 좋았는데…. 음악과 자디잔 개그 코드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광현의 연기가 참 괜찮았다는 느낌 외에는 개인적은 감흥은…. 찾지 못한작품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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