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4. 03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내리던 4월의 어느 날. 아는 동에게 연락을 받았다. 뮤지컬 <모비딕>을 보러 갈 생각이 있냐고, 초대권을 주겠다고 했다. 당일 공연이었고, 날씨도 날씨인지라 누구와 함께 갈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냥 내가 볼 표 한 장만 달라고 했다.

 

<모비딕>. 사실 잘 모르는 뮤지컬이었는데, 얼마 전 누군가가 공연을 보고 와서 잠깐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긍정의 의견보다는 음악적인 측면에 있어 약간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가 있던 감상평. 그래서 기대치를 아주 많이 낮추고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공연을 보기 전, 미칠 듯한 강풍에 오래 노출이 된 탓에 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리고 심지어 배까지 고팠다. 객석에 앉아 있는데 미칠듯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과연 내가 잠들지 않고 이 공연을 끝까지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론은? 나는 한 순간도 졸지 않고 이 공연을 무사히 완주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뮤지컬이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던 듯 싶다. 오히려 흥미로웠다고 해야 할지도. ‘국내 최초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말. 솔직히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몰랐는데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런 형식의 뮤지컬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노래는! 노래는! 노래는! 흠흠흠. 특히나 공연의 화자가 되는 이스마엘(윤한, 피아니스트)의 노래가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연주는 정말 잘하더라. 생긴 것도. 하하하하. 이렇게 외모에 반하거나 그러면 안 되는데 참 고우셨다. 만약 연주회에 갔더라면 조금은 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선원이 되려는 이스마엘이 과묵하고 친절한 원주민, 퀴퀘그를 만나 친구가 되고. 그들이 탄 배가 전설의 흰고래 모비딕을 쫓아 사투를 벌인다는퀴퀘그 역을 맡은 배우가 참 인상 깊었다. 탄탄한 복근도 눈을 사로 잡았지만… (, 나는야 어쩔 수 없는 여자! 하하하^^;;) 원주민의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기적의 오디션에 나왔던 지현준이라는 배우였는데이전에도 무언가를 보고 그 이름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무언지는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노래는 나쁘지 않았으나 임팩트가 없었다.

 

이 공연이 참 아쉬운 게, 음악에 있어서 임팩트가 없다는 점이다. 노래를 부를 때 몰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나마 항해사 스타벅 역할을 맡은 유성재 배우의 노래는 조금 힘이 있지만나머지 분들은, 잘 모르겠다. 가사 전달도 살짝 안 되고. 노래와 연주가 공존할 수는 없는 건지, 좋은 의도가 잘 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그걸 안무와 스토리에 녹여 냈다는 게 나는 너무 좋았다. 무대 역시도 갑판 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스토리와 인간 군상(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다. 흰 고래 모비딕에게 다리를 잃고, 그 모비딕을 잡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린 에이헙 선장. 특히 그 선장이 부르는 노래들과 광기들은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중재하려 노력하면서도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스타벅의 역할도 좋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아서, 아쉬운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만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큰 줄기를 더 잡아주고, 노래에 힘을 부여해준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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