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4.09 / 씨네큐브

 

 

 

마지막 엔딩이 아니었더라면, 살짝 이 영화를 본 것을 후회했을 지도 모르겠다. 정말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를 살린 느낌이다. 엔딩 10분 전까지만 해도 예고편에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고, 디테일한 감정선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예고편을 보는데, 신나는 음악, 그리고 뚱뚱한 여자들의 거침없는 댄스를 보면서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몸이 들썩들썩 들썩여지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그런데 막상 영화는 그리 신나지가 않았다. 쇼를 하는 장면도 예고편에서는 굉장히 흥겹다고 느껴졌는데,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아름답긴 했으나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봤던 마트의 캐셔 아주머니가 쇼를 굉장히 잘 봤다고 칭찬을 하면서, 자신도 남편 앞에서 해봤다고 말하는 장면. 솔직히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여성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성들이 아니라 뚱뚱한 몸매를 가진 여성들이, 여성을 위해 하는 진정한 의미의 쇼. 그리고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그들은 그렇게 말한다.

 

여성을 위한 자신들의 쇼라고.

 

그런데 직접 본 영화 속에서 그 캐셔 아주머니의 반전.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보이는 태도.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었던 제작자의 아들이 단원 중 한 명에게 욕을 하는 장면도 그렇고. 그녀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도 다 들어놓고, 그 음악 소리에 스르륵 잠이 들어놓고, 어떻게 그렇게 욕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영화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것도 조금 갑작스럽다. 물론 그전에도 조금씩 그 감정선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러면 남자 주인공이 주유소 여직원한테 작업 건 뭔데? 여자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심 인물)이 호텔 바에서 남자한테 작업 건 건 뭔데?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배경 음악(?)을 못 견뎌 하는 것도 잘 이해가 안 갔다. 호텔 로비 등에서 음악 소리나 TV 볼륨을 꺼달라고 하거나, 주유소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나 펍에서 누군가 부르는 노래를 멈춰달라고 하는 것. 처음에는 단원들의 이야기나 음악 소리, 즐거움 등에 방해가 되어서 그런가 싶었는데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리셉션 등에서 사탕이나 성냥 등을 습관적으로 챙기는 것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단순히 남자의 성격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하는 바가 있었는지.

 

내가 너무 무언가의 의미를 찾으면서 보려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이 너무 많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여기까지 쓰고 트위터의 리뷰들을 봤다. 영화관에서 리트윗을 하는 트윗들은 대부분이 칭찬 일색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또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역시나 내가 영화 보는 눈이 없는 것인가. . 이런 자신감 상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있어서 이 영화를 본 것이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개구리 왕자 이야기.

 

제작자는 파리에서 잘나가는 TV 프로듀서였지만 안 좋은 일을 겪고 미국으로 건너가 쇼단을 제작하게 된다. 프랑스로 돌아와 쇼를 이어가며, 금의환향을 꿈꾸지만 결국 그의 쇼는 파리로 가지 못한다. 무대를 구걸해보지만 고소와 모욕 등만이 그를 기다린다. 그래서 결국 그들의 투어는 프랑스의 주변만을 계속할 뿐이다. 그러한 사실을 솔직하게 단원들에게 고백할 때,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투어를 이어가기로 한 단원들. 그들의 모습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전부를 보았다.

 

아니,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전부를 보았다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루저가 된 이들의 연대. 하지만 사회가 말하는 루저일 뿐. 그들은 함께 있어서왕자가 되고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었겠지. 그 여정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계속 걸어나갈 그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끝끝내 아름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서, 참 아프고 슬픈. 그런 영화였다. (흥겨운 쇼를 기대했다가 쓸쓸해졌으니, 이 영화가 재미가 없다고 느껴졌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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