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담배를 핀 게 언제였을까.
스물 한 두살.
사랑에 꽤나 아파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좋아하던 사람이 몇 개비 남기고 간 담배. 그 담배를 보며 슬퍼하는 친구를 지켜 보며, 대신 그 담배들을 다 태웠다. 담뱃갑에서 줄어드는 담배처럼, 빨간 불을 내며 타들어가는 담배처럼, 금방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릴 담배 연기처럼 그 친구의 슬픔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피운 담배.
하지만 즐기지는 못했다.
제대로 피울 줄도 몰랐고,
담배를 피면 몽롱한 기분을 느낀다던 고등학교 선배들처럼 좋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그저 나는 금기시 되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뒤로 아주 종종 술을 마실 때 담배를 찾곤 했다.
유일하게 내가 담배 피는 모습을 보여준 친구들.
담배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유일하게 용납하는 담배를 피워도 괜찮은 단 한 사람, 나.
술에 취해 담배를 찾았다가도 항상 그 한 갑을 다 태우지 못하고 버리곤 했다.

스물 넷.
처음으로 담배 맛을 알았다.
내가 이제야 담배를 제대로 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아이러니하게도 왜 내가 담배를 피면 안 되는지도 깨달았다.
이내 찾아온 목의 고통. 물론 당시의 컨디션 때문이었겠지만 편도선이 부은 것처럼 침을 삼키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한 대의 담배와 감기를 교환한 그날 밤. 그토록 담배를 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놓고, 며칠 뒤 두꺼운 외투까지 입고 베란다로 향한 내가 있었지만.

담배를 피는 아저씨 뒤에서 연기를 피해 몸을 45도 각도로 기울이는 나와는 모순된 나. 오빠가 일본에 다녀와 친구들의 선물용으로 사 온 담배 한 갑을 빼앗아 온 나. (근데 여동생한테 그걸 순순히 주는 우리 오빠는 뭐냐. 대체.)

나를 스치고 간 담배들은 일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잊혀져 갈 때쯤 한 번씩 내 앞에 나타났던 것 같다. 그래두 한 2년 정도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중간에 한 두 번쯤 피우기는 했지만)

스물 아홉을 열 하루 남겨둔 오늘.
아주 오랜만에 다시 담배 한 개비를 집어들었다. 이불을 둘둘 말고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너무 오랜만에 피는 담배라 그런지 마치 드라마에서 담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그러하듯 기침이 나왔다.

역시나 좋은 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꽤나 오래 담배를 피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삶이 너무 어려워서.
담배 따위 의지도, 위로도, 용기도 될 수 없다는 거 아는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볼 그 시간이 필요해서.
아니, 생각으로 가득한 그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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