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두컴컴한 아침이다. 칙칙한 회색빛 아침이다. 아, 이미 비가 내리고 있는, 그래서 온 세상이 찝찝하게 젖어 있는 아침이다.

아침 출근길, 건물과 건물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던 주황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던 해를 볼 수 없는 아침이다.

사람의 정신력이란 무섭다. 정말 아침에 해야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니, 깨우는 알람 소리하나 없이도 눈이 떠진다.

사람의 정신력이란 정말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않고 꿋꿋하게, 평상시에 일어나는 시간을 꾸역꾸역 채운 후에야 몸을 일으킨다.

최근 기상 시간, 7시 40분. 나란 인간 자체가 20분 이상의 준비 시간을 가지면 큰일이 나나보다. 스스로를 꾸미고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더 재밌는 건 나의 알람은 7시 40분에 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왜 울리지 않을까 항상 의아했었는데 오늘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내 알람은 마지막이 7시 30분이니까. 항상 일어나려고 마음 먹은 시간에서 10분을 또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내가 쓸모없이 버리는 시간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조금은 더 열심히 생을 살고 싶었다. 무언가를 하며, 무엇인가에 집중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솔직함을 빙자한 나태함으로 스스로에게만 관대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엄격해져야겠다. 임기응변이나 거짓말로 점철된 삶 따위는 살아가고 싶지 않다.

비가 와서 인가 보다. 이토록 말이 많아 지는 것은. 비가 오니까. 비가 온다.

비가 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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