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랑 일을 한다는 게 참 재미있다.
솔직히 지금 이 순간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웃음이 나면서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그녀는 나와 동갑이다.
그리고 그녀는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
12시가 넘은 시간, 내게 전화를 해 파일을 열 수 있는 뷰어 프로그램에 대해 물어본다.
난 기술자도, 개발자도, 프로그래머도 아닌데.
그래서 내가 준 파일이 아니라 그 파일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해야하는 이 상황이 우습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재미있었다.
근 40분 만에 문제를 해결하고(우리집에 인터넷이 안 돼서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계를 보니 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이 시간에 그녀와 통화를 한다는 것. 이 직업이 아니라면 불가능하겠지.
확실히 이 일은 재밌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다 해왔지만 그것은 연예인이나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다.
영화 산업, 공연 산업, 방송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물론 그 안에 출판 산업도 있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니라 문화 산업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올바를 듯 하다.

그녀를 만났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연예인이라 해서 동경을 한다거나 편견을 갖지 않았다.
그들도 특별할 것은 없다고 우러러 보지도 않았으며 무조건적으로 싫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녀가 좋아졌다. 보류했던 그녀에 대한 감정은 점점 긍정과 호감으로 변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너무 좋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은 타인에게 쉽게 마음 주지 않는 나의 못된 성격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주위에서는 작가보다 도도한 편집자. 그토록 함께 지내놓고 안 친해진 편집자, 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겠지.

사실 일은 재밌지만 뭔가 만족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 길이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걷게 된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작가를 바라봐야하는 게 힘이 드는 걸 수도 있다.
편집자의 역할을 폄하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될 수 있다면 편집자 보다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연예인 작가들을 보필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문제는 언제나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둘 중 하나만 해야하는데.)
그들을 쓸 수 있는 사람.

그녀를 만났었다.
그녀와 함께 본 나의 넷북 모니터에, 드라마 기획안이 하나 놓여있었다.
그녀가, 아니 정확하게 그녀의 친구가 그 파일명을 보고 무엇이냐 물었다.
그 순간, 그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그 기획안에 이 사람을 캐스팅하는 것인데.
드라마가 되었던, 그 무엇이 되었던.

나는 잘 모르겠다.
정말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일까.
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말 남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도 괜찮은 것일까.
아니, 난 괜찮을 수 없을 것 같다.
순간의 즐거움 후 밀려드는 초라함을 견딜 수 없다.
욕심이라는 것도,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결국은 별볼일 없는 나라는 것도 인정을 해야하는데...
아직은 그게 힘들다.

그게 힘든 걸 보니, 난 아직 꿈꾸고 있나보다.
순간의 즐거움에 만족하지 말자.
남들에게 있어보이게 말할 무엇이 있다라는 사실에 현혹되지 말자.
나 자신의 길을 걷자,

라고 말해놓고
난 내일 아침 7시부터 한 아이돌 그룹의 촬영을 하러 가야만 한다.
아, 내 인생은 과연 어디로 흘러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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