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하철 역에서 나오는 길.
계단을 오르는데, 지하철 역 입구에 아저씨 두 분이 어딘가를 향해 핸드폰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양새가 사진을 찍는 듯 했다.
아저씨들이 핸드폰 사진기로 무언가를 찍고 있다니,
무슨 연예인이라도 서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다 올라서,
그 두 아저씨의 핸드폰이 향하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연예인?
내 빈약한 상상력이란ㅠ
내 죽어버린 감성이란.

무지개였다.
내가 좋아하는 무지개.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무지개.


                                                      <출처:문화일보 김연수 기자>

26살.
지금까지 몇 번의 무지개를 만났지만,
오늘 처럼 아름다운 모습의 무지개는 처음이었다.

아저씨도, 아줌마도, 학생도
그 자리에 멈춰 한 참을 서 있게 만드는 무지개.
주위 상점의 직원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서 있게 만드는 무지개.
어쩔 수 없이 무지개를 등지고,
걸어가야 할 때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 보게 하는 무지개.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눈 앞에 하늘은 주황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하늘이 날 살려냈다.

어제 퇴근길은 조금 힘이 들었었다.
나때문에.
나의 모난 성격때문에.
나의 이기심때문에.

중학교 3학년.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니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모든 것을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자고 다짐했었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가려는 내 성격이,
때로는 타인을 상처입혔고,
결국은 나를 상처 입혔었다.

나의 성격은
타인에게 미움을 불러 일으켰고,
그 미움이 나에게 직접 닿지는 않았어도,
그 미움의 공기가,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한 발자국 물러서는 법을 배우자.

그렇게 나는 중학교 3학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내 안에 있는 본성은 끊임없이 고개를 쳐든다.

내 생각을 굽히지 않음.
이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악의가 아니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
무시가 아니다.

그저 저 아이는 천성이 저런 거구나.
그러니까 나쁘지 않아.

그러니까 나쁘지 않아.
그러니까 나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또 '당신은 나빠요'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건 아닌지, 퇴근길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나쁜 사람, 힘든 사람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힘이 들었던 하루.
하늘이 말했다.
무지개가 말했다.

괜찮아.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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