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6 / 잠실보조경기장




정말 대박이었다. 그 흥분과 감동이 사그라들까봐 벌벌 거리며 돌아온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그 때의 일을 설명할 때면 방방 뛰는 내가 있다.

사실 연극이나 뮤지컬은 그래도 좀 보러 다녔지만, 콘서트까지는 내게 좀 무리였다. 다른 공연에 비해서는 음악을 열성적으로 좋아하지 못해 함께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됐고, 그 금액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특히나 대형 콘서트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부터 종종 콘서트를 보러가게 되었는데... 싸이만큼 또 날 흥분시킨 공연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 공연의 시작은 "싸이 좋아해?"라는 질문 하나였다. 나는 "싸이는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공연은 한 번 가보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사실 싸이에 대한 감정은 딱 그 정도였다. 대중적인 노래들을 몇곡 알고 있었고, 대중적이진 않아도 꽤나 좋은 곡들이 많다는 사실 정도! 또한 그의 공연은 언제나 최고라는 소문 역시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실제로 예전에 대학교 행사로 싸이의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장난이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볼 수 있다면. 그 오랜 기대를 안고 찾게 된 콘서트장. 특히나 이번 공연은 '흠뻑쇼'로 더더욱 기대를 모았다. 사실 날이 너무 더워서. 공연을 보기전 불가피한 약속으로 이미 체력을 소진한 바 있어서 사실 많이 걱정이 되었다. 이런 대형 공연장에서의 스탠딩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입장하면서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대 사실 그 어마어마한 인파에 숨이 막혔다. 나중에 알고 보니 2만 5천명이란다. 함께한 벗과 다음에는 지정석에 앉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공연을 다 보고 온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지정석이 뭐에요? 무조건! 스탠딩이다. 더 일찍 와서 무대와 더 가까운 곳을 선점하리다."

20분 가량 늦게 시작한 콘서트. 더위와 옆 사람간의 열기에 시작 전 부터 지쳤는데...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쌩쌩해지는 이 상황은 도대체 뭔지. 왜 싸이의 공연에 사람들이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지 알 것 같다. 입담도 입담이지만 정말 퍼포먼스와 세트 리스트가 장난이 아니다.

사실 콘서트는 그 뮤지션의 노래를 알아야 더 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며칠 전부터 싸이의 노래를 좀 듣기도 했고. 근데 드런 거 다 필요없다. 그냥 그 시간을, 그 장소를 즐길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 싸이의 콘서트는 그 마음과 더불어 '지구력' '근력' '끈기'가 필요하지만.

레퍼토리가 싸이의 대표곡들과 함께 대중적인 노래도 많다. 아마도 이전에 리메이크 앨범을 낸 것 같기도. 나 같은 일반인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싸이스러운 노래도 있었지만 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서른 즈음에> <사노라면> 등의 노래도 있으니까 지루해질 틈이 없었다. 거기다 오렌지 카랴멜과 비욘세의 패러디, 싸욘세는 정말 최고의 퍼포먼스가 무언지를 보여줬다. 저 사람이 얼마나 저 무대를 즐기고 있는지,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아무 재미있는 연상이지만, 그의 공연을 보며 몸치인 내게 댄스 본능이 치밀어 올랐다. 마치 춤이 자유와 동의의인 것마냥, 춤을 배우고 싶어졌다.

그리고 게스트들도 난리였다. 인순이와 GD&TOP! 인순이 님은 음향이 별로 좋지 못했는데 노련하게 잘 대처를 하셨다. 역시나 배테랑! 그리고 정말 그 나이에 섹시 웨이브가 그토록 잘 어울리다니. 너무 멋지셨다. 근처에 외국인 관객이 한명있었는데, 인순이를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그게 뭐라고 왜 그리 뿌듯하던지. 그리고 대박은 <거위의 꿈>. 내가 그 노래를 라이브로 듣게 되다니. 사실 이젠 그 노래가 너무 유명해졌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 노래를 좋아했다. 이적이 블렀을 때부터. 그 가사는 언제나 내 가슴을 쿡쿡 찌른다. 미친듯이 날 뛰고 소리지르며 공연을 보다 또 울컥해버렸다. "이런 오만가지의 감정을 느끼게하는 공연 같으니라고."

그.리.고. GD&TOP. 간신히 지켜오던 내 체력과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시점! 아하하하! 헌데 뭐 그런 사람이 나 하나뿐은 아니었으니까. 여자들이 정말 무섭게 변했다. 나중에 싸이도 장난스레 말하긴 했지만, 진짜 반응이 싸이때와도 달.랐.다^^;;;; 남녀 커플은 이때만큼은 남자가 여자를 들여올려 더 질 보이게 할만큼. 사실 예전에 빅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다른 아이돌에 비해 정형화된 느낌이 덜하고 무대에서 자유롭게 놀줄 아는 그런 그룹? 요 정도의 긍정적인 느낌이지 막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빅쇼를 다녀오고 맘이 변했다. 그들이 좀 좋아진 것. 특히나 GD! 빅쇼에서 어쩜 그렇게 멋있는 건지. 를 부르는 모습, 그 목소리에 완전 반해버렸다. 그 뒤로 빅뱅과 GD의 노래를 꽤나 열심히 들었었다. 그런 GD가 내 눈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어찌 좋지 아니한가. 어찌 미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사실 TOP이 잘 생기기는 했으나 한 번 애정이 기울어버리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에게 시선이 꽃혀버린다.(사실 빅쇼에서도 진짜 멋있다고 느낀 사람은 태양이었으나 어쩌겠는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GD인데.) 무튼 예상치도 못하게 GD&TOP을 보았으니 광분 그 자체. 싸이에게는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생각치 못하게 좋은 노래도 많았다. 특히 <아버지>나 <소나기>. 특히 <소나기>는 나는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주변에 싸이의 팬인 듯 하는 분이 매번 부르는 노래라 하였다. 싸이 자신도 가장 힘든 시기에 쓴 노래인데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그 노래가 끝나고 갑자기 천둥이 치는 소리가 나더니 물줄기가 반원 모양으로 분수 줄기가 치솟듯이 솟구쳐 오르는데... 덩말 그 광경이란.

사실 '흠뻑쇼'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우비와 비닐가방을 나눠줬었다. 중간 중간 물을 뿌렸는데 사실 감질맛나는 정도? 처음에는 물줄기를 피하던 사람들이 하도 더우니까 계속 "물 뿌려! 물 뿌려!'를 외쳤었다. 그 때 싸이가 나중에 그 말을 외친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며 기대하라고 했는데, <소나기> 후에 뿌려질 물을 얘기한 것이었다. 정말 하늘을 바라보고 물을 맞았다. 물을 맞고 있는데 찝찝한 게 아니라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비를 맞고 싶었었다. 예전에, 10대에는 비가 좋다며 세상에 우산이 없어지길 바란 적이 있었다. 우산이라는 물건이 있는데 비를 맞고 다니면 미친년 밖에는 안 될테니까. 근데 20대 후반의 나는 언제 비를 좋아했냐는 듯이 우산이 없으면, 아니 비가 오면 나가기 조차 꺼려하는 어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내가 물을 맞고 있었다. 우산 없이, 우비도 입지 않은 채. 인공적이긴 하지만 하늘에서 뿌려지는 물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나를 때리는 물방울 하나 하나가 어린 시덜 꿈 많고 열정 가득하고, 누구보다 낭만적인 너는 어디갔느냐며 혼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싸이의 콘서는 내게 자유였다. 자유가 뭔지, 열정이 뭔지 알려줬다. 미친듯이 춤추고 노래 부르며, 살아오면서 절대 넘지 못할 거라 여겼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보았다. 형식에 얽매일 필요없어. 원하는대로, 하고싶은대로, 맘껏 해도 괜찮아. 나쁘지 않은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첫번째 앙코르 후에 급격한 체력 방전으로 인해 바깥으로 나왔다. 놀 때는 몰랐는데 바깥으로 나가려도 발걸음을 옮기는데 한발자국 한발자국 떼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미치게 놀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찌감치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무대와 사람들을 봤다. 앙코르 후 끝날 줄 알았던 공연은 처음 시작인 듯 계속 현재 진행중이었다. 무대 가까이 있지 않은 사람들도 다들 자유롭게 춤을 추거나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싸이가 (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관객들이 세가지, 지구력! 근력! 끈기! 만 있으면 자기는 밤샐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진심이었나보다. 어떻게 앙코르 공연을 그렇게 본 공연 하듯 할 수 있는 건지. 이건 뭐 스프링쿨러도 올라와서 물을 뿌려대는데, 정말 밖으로 나온게 아까워서 다시 뛰어들어갈 뻔 했다.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공연에 질투가 날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시작으로부터 3시간이 지나 있었고, 싸이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그 세 시간이 정말 꿈만 같았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웃어댔다.

싸이의 콘서트는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다. 특히나 앞으로 지구력, 근력, 끈기를 키워 다음 번엔 싸이가 지칠 때까지도 쌩쌩한 최후의 관객이 되겠다는 이런 희한한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행복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시 난, 꿈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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