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9 / 이대 삼성홀



내가 과연 '장기하와 얼굴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들의 음악을 미친 듯이 찾아서 듣거나 그들의 앨범 발매일을 손꼽아 기다리거나,
그들 멤버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거나, 그렇지는 못하기 때문. 
그래도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이분법적인 질문으로 묻는다면,
나는 그들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들의 콘서트표를 기다려가면서까지 예매하지는 않았지만,
표가 생겼다는 친구의 말에,
대전행 일정에서 서둘러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올 정도는 되니까.
트윗에 쉽게 팔로잉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로잉 되어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이긴 하니까.

'장기하와 얼굴들'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아마도 2008년 <EBS 스페이스 공감>에 나온 그들의 동영상을 보고 난 후였다.
사실, 그 동영상이 화제를 모은 것은 그들의 음악성 자체 때문이 아니라
코믹하고 재밌는 안무와 독특한 노래 때문이었다.
(영상에 달려 있던 대부분의 댓글이 그러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인디와 음악에 무지했지만, 내게는 조금은 그의 음악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물론 안무와 음악도 독특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싸구려 커피>의 가사가 정말 미치도록 좋았다.
어쨌든 나란 자체가 조금은 가사에 더 반응하는 인간인지라....
그렇게 '장기하와 얼굴들'을 알게 됐고, 좀더 빨리 그들을 알지 못하고,
그들의 모습이 웃긴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나서야 그들을 알게 된 게 너무나 아쉽기만 했다.

그리고 종종 그들의 음악을 들었고, 그들의 흔적을 느꼈다.
<무한도전>에서 그들의 패러디한 것을 통해 조금은 더 그들이 친숙해졌고,
장기하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 노래를 부를 때, 그들이 조금은 더 좋아졌다. 
그렇게 '장기하와 얼굴들'은 조금씩 대중에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이어트 전후(?) 사진으로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기도 하고,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놀러와>에 출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음악을 굳이, 일부러, 찾아서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그들의 1집 <별일 없이 산다>가 언제 나왔는지도 몰랐다.
1집의 수록곡인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없잖어' '별일 없이 산다' '느리게 걷자' '멱살 한 번 잡힙시다'를 들어왔으니까. 
2집은 그래도 트윗 팔로잉을 했기 때문에, 준비 중이고, 발매됐고, 들어야겠다는 자각은 있었다.

2집의 대표곡이었던 2개 <그렇고 그런 사이> <TV를 봤네>만 듣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생겨버린 표!
후배에게 음악을 선물(?) 받아 전곡을 열심히 듣고 공연장에 갔다.
무엇보다, <무한도전> 화환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역시, 어쩔 수 없이 '장기하와 얼굴들'보다 <무한도전>이 더 좋아~~!! 라는 엉뚱한 생각을^^;;;;;;;



공연은 매우 즐거웠다.
그들의 노래르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좋아하는 곡들이 있었고,
그런 곡을 실제 무대에서 라이브로 듣는다고 생각하니 행복해질 수 밖에.

무엇보다 성과는 베이스를 치는 정중엽 님이다.
아. 멋있어.
장기하 님(왜 이렇게 '님'이라는 표현이 어색한지....!)은 뭐, 솔직히 너무 유명해지셨다.
이상한 심보가 있어서, 내가 좋아했던(?) 비주류라 여겨졌던 사람이(내 마음대로 장기하를 비주류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주류가 되어버리면, 마음이 멀어진다. 
하튼, 정중엽 님은 뭐랄까. 
굉장히 자유롭게 정말 음악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우선, 맨발.
그 맨발로 노래가 시작되려고 하면 살랑 살랑 몸을 흔드시며, 정말 악기와 하나가 된 것처럼 베이스를 치는데.
아. 멋있어.
그냥 멋있다는 말 밖에는 나오질 않는다.
내가 반하고 버닝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뭐라 설명을 못하겠다. 

장기하는 관객들과 호흡하는 법도 알았고, 관객들도 충분히 그 공연을 즐겼던 것 같다.
하나, 조금 아쉬운 것은 조금은 더 '얼굴들'이 공연에서 많이 강조되어도 좋았겠다는 느낌.
(정중엽 님 때문이 아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콘서트라는 느낌보다는 '장기하'의 콘서트라는 느낌이 강했다.
조금더 어우러져 '노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어도 좋았을텐데.

그리고, 노래는 빠른 템포의 곡들도 좋지만
가만히 앉아서 천천히 부르는 노래들도 참 좋았다.
휘파람 소리가 아름다웠던 <정말 없었는지>도 좋았고,
2집 수록곡 중 좋아하는 <마냥 걷는다>도 정말 좋았다.
노래도 노래지만 장기하의 보이스도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싸구려 커피>는 내게 레전드와 같은 존재이고,
가장 마지막 곡으로 부른 <별일 없이 산다>도 최근 미친듯이 듣던 노래였어서,
실제로 듣는 게 너무나 행복했다.

'음악'이라는 게 그 자체로 갖고 있는 힘이 위대하지만,
 실제로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면
그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서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한 차례 뛰고 함께 소리 지르며, 기분 좋은 땀을 흘릴 수 있어서 좋았다.
재미있었다.
좀더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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