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청 중인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최고의 사랑>, 그리고 <내 마음이 들리니>. (그러고 보니 모두 MBC네) 세 드라마 모두 처음부터 호감이 가거나 시작 전부터 봐야지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최사>의 경우, 홍자매의 최신작이라는 이유와 몇 명의 배우가 캐스팅에 언급되다가 결국 공효진과 차승원으로 낙점되었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다. 홍자매는 언제나 그러하듯 재밌고, 유쾌하고, 보면 즐거우니까. 공효진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므로 한 번쯤 봐줄까 하는 생각. 하지만 본방을 번번히 놓치고 있었는데...트윗들의 반응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요즘 너무 신뢰하고 있어 약간 걱정이 되는 텐 아시아의 리뷰들도 대략 훌륭. 결국 날 잡고 시작했는데...'역시나'라는 말 밖에는. 이제 정말 홍자매는 로맨틱&트렌디 드라마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나보다.
우연히, 어쩌다 보게 된 주말 연속극 <반빛>이나 <내마들>에 비해 <최사>가 월등한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이게 이게 보면 볼수록 애정도가 바뀌기 시작하는데...! <최사>를 누른 것은 <내마들>.





남궁민이 다크마루로 변신하기 전까지는 그저 너무나 따뜻하고 예쁜 드라마였다. 상대의 눈을 보고,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조금은 부족해도 사랑을 나누고 서로 서로 보듬아 안는 사람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드라마였다. 최진철이나 시내, 태현숙이라는 인물이 아무리 악해도 다른 이들이 그 모든 것을 쇄신 시켜줬다.

이야기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후덜덜. 일단 중년 연기자들이 튼튼하게 받쳐주니, 황정음이라는 아직은 검증 받지 못했던 배우도 그 조화를 이루며 부족함없이 연기를 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윤여정 배우님의 연기는 정말 사람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옛날 <꼭지> 때도 그랬고, <내 멋대로 해라>에서도 그렇고. 구성진 욕하며, 눈물 연기는 정말...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약간 모자란 봉영규 역을 맡은 정보석 님도 그렇다. 예전에는 그리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정말 세월은 허투루 흐르는 게 아닌가보다. 그 세월, 성실하게 갈고 닦은 실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눈에 띄게 멋있어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된 그 분의 연기.

아역들의 힘이나 조연 배우들의 힘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주역들도 좋다. 솔직히 김재원이 제대 이후에 이리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몰랐다. <로망스> 외에는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 김재원. 좋고 싫고의 감정이 있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롱런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의 미소가 반갑고 아름다워 보인다니. 내가 이 드라마에 푹~ 빠지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점점 <내마들>에 빠져들게 한! 내 감정을 흡입시켜버린 장본인. 남궁민. 정말 대박인 것 같다. 캐릭터도 캐릭터이지만 정말 연기를 잘한다. 시작이 마음에 들면, 그 긍정적인 감정이 꽤나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목숨걸고 열렬하게 좋아하는 짓은 잘 못하지만... 남궁민의 시작은 <곰팡이 꽃>이라는 소설을 영상화한 단막극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가 좋으니, 당연지사 남궁민도 좋고 그때부터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아쉽게도 그가 나온 영화는 거의 못 봤지만. '마루'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하는데, 남궁민이 그 감정선을 너무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봉마루가, 장준하가, 장준하도 봉마루도 아니신 그가, 너무 절절히 이해가 되니까. 요즘은 봉마루가 남궁민인지, 남궁민이 봉마루인지.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는 처음엔는 태현숙이 복수를 위해 마루를 데려왔고, 그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의 생물학적 친부에게 복수해야하는 준하(마루). 준하가 그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긴장감. 준하와 동주가 조금씩 환경에 의해, 한 여자를 동시에 좋아함에 의해 어긋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놓지않았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일부러, 심하게 조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동주와 준하 사이에)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는데...
아마도 다크마루로의 변신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준하가 본격 다크마루가 되는 시작인 21회를 건너뛰고 본격 다크마루가 된 22회만 보고 쓴 글이고, 지금 막 21회의 시청을 마쳤다. 뭐 그전에 하고 싶던 얘기도 결국은 그 누구도 다크마루를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는데, 21회의 시청을 마친 지금 그 생각은 더욱더 확고해졌다. 준하는 자신이 최진철의 아들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태현숙이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을 이용했던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의 아들을, 동주의 형을 포기하지 않았다. 동주가 위험해진 준하를 찾아가 상황에 대한 얘기를 전했을 때도 자신보다 어머니라 부른 태현숙을 더 걱정했고, 스스로 붙잡혀 들어갔다. 아마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런 준하를 외면했다. 그 모든 사실을 깨닫고 수갑을 찬 채 차 안에서 웃던 장준하는...(아, 남궁민 진짜 연기 잘한다!) 그 웃음만으로도 다크마루의 명분을 얻었다. 마루에게는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어머니라 부르던 사람에게 '태현숙!'이라 부르며 자신의 아버지인 최진철을 데려오라며 소리지르던 준하, 아니 다크마루. 그런 준하에게 현숙이 내뱉던 독설. 난 그래도 현숙에게 조금의 양심이 있기를 바랐다. 조금의 죄책감은 느껴주길 바랐다. 하지만 태현숙은 너무나 뻔뻔했다. (이 부분이 사실 조금 아쉽다. 현숙을 조금은 인간다운 캐릭터로 만들었어도, 최소한 혼자 있을 때 만이라도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준하가 현숙의 무릎을 베고 누웠을 때, 그 어깨를 쓰다듬어 주려다 멈칫하던 행동 외에는 어디에서도 조금은 준하를 진짜 아들로 생각했을 거라 여겨지는 부분이 없다. 사람이 이 정도로 악하고 이기적일 수 있다는 것도 슬프고, 최소한의 갈등과 고뇌도 없다면 정말 준하가 너무 불쌍하니까.)

나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인지. 다크마루를 비난하지 않지만, 그 밑바닥에는 마루가 끝까지 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아니, 끝까지 가더라도 그 끝에 동주가 아닌 자기 자신이 서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 보석으로 풀려난 후 최진철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준하가 짓던 표정. 그 표정이 복수의 과정 중 최진철도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준하가 최진철의 손을 잡았다고 그를 미워하거나 원망할 수가 없다.

물론 시내에게 하는 행동이나( 솔작히 시내는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크마루는 무서워. 후덜덜덜.) 우리에게 하는 행동! 그리고 ㅠㅠㅠㅠ 동주에게 하는 행동은 너무나 살벌하지만...그래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우리의 다크마루를. (그리고 끝끝내 마루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는 그런 부분도 있다. 부모가 악하면 그 핏줄도 악할 것이라는 그런 말도 안 돼는 게 사실처럼 느껴질까봐. 그렇다면 사람에게 희망은 없으니까.)

자식을 이용해 그 부모에게 복수한다는 것. 드라마 <부활>이 많이 생각났다. 하은(엄태웅)은 복수의 도구로 그 대상의 숨겨진, 버려진 아들을 이용한다. 그 아들로 하여금 아비에게 사기를 치게 만드는 것. 그 덧에 걸린 아비는 자신에데 그렇게 한 사람이 자기의 친자식이라는 것을 알고 죽음을 선택한다. 그 죽음과 함께 그가 자신의 아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삼은,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그래서 형님으로 모시던 하은을 칼로 찌른다. 그 칼에 맞은 하은은 칼에 지문을 지우고, 끝끝내 그 사람을 보호한다. 아들은 그저 사기죄로 형을 살게 되고, 하은은 옥중에 있는 그에게 둘이 이전에 했던 엄마를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킨다.

이 드라마 때문에 자식을, 핏줄을 복수의 도구로 삼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 하지만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내마들>의 결론도 그랬으면 좋겠다. 상처받을 대로 상처 받아도, 서로를 할퀴고 생채기 내도 결국은 용서하고 곁에 남는...그런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내마들>은 동주-우리의 사랑 얘기도 좋지만, 동주-마루가 훨씬 더 좋다.





P.s 승철이 얘기를 못했다. 승철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매우 많은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마루이지만, 우리는 승철이랑 됐으면 좋겠다. 승철이의 외사랑이 너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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