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0 / 청량리 롯데시네마





난 하나가 좋으면 열이 좋은가보다.
어쩔 수 없이.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우려와 걱정이 앞섰다.
원작과의 비교,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희소성의 문제였다.
아무리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라 해도,
이 이야기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1996년에 드라마를 통해서 봤었다.
13살의 나이에도 엄청나게 울면서, 가슴 아프게 봤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모든 것이 다 떠오르진 않지만,
몇 장면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그리고, 작년이었나?
연극을 통해서 다시 이 작품을 만났다.
연극은 확실히 원작에 비해 많이 빈약했던 것 같다.
무대로 옮기려다 보니, 당연히 이야기가 집약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또 엄청 울었지만.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는, 꼭 봐야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었다.
연극이 그러했듯, 처음의 감동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데, 캐스팅을 보는 순간.
아, 이건 봐야겠구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총집합이다.
일단, 김지영 님, 배종옥 님, 류덕환 님이 무지하게 좋고,
김갑수 님, 유준상 님, 서영희 님, 엄청 믿음직스럽고,
박하선 님은 경성스캔들 때문에 이미지 괜찮고, 이솜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때문에 나름 관심있고.

이렇게 긍정의 감정으로 똘똘 뭉친 배우님들이시니,
어찌 안 볼 수 있으리라.

역시나 농밀한 연기는 정말 중요하다.
김갑수 아저씨와 배종옥 배우님의 호흡은...정말 최고였다.
특히 배종옥 님의 뭐랄까...강약 조절이라고 해야하나.

신파인 이야기를 배우의 연기의 힘으로 무마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옆에 할아버지도 울고,
앞에 처자도 울고,
나도 울고.
사실, 봐도 봐도 미치겠는 장면은 항상 같은 것 같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가 짐이 될까...함께 가자고 하는 장면.
그 장면은...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원작에 비해 좋다, 나쁘다...그런 평가는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조금은 더 아름답게 표현된 거 같았다.
조금은 더 극적으로.
서정적으로.
판타지도 좀 가미 되고.
인트로에서 보여준 '꽃'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예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특히나 마지막 묘비명.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쩔 수 없이, 난 이 이야기가 좋은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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