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에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릊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요즘 예전 미니홈피를 뒤지고(?) 있는데...
게시판 비밀 폴더에서 글을 좋아하던 한 선배가 내게 남긴 글을 발견했다.
보고 지우라 적혀 있던 그 글에는 '글'이라는 걸 쓰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선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며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을 알려줬다.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 때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선배가 남긴 그 말들의 진정한 의미를.
그러니 이 시도 잊고 살았겠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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