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이란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상상마당 시네마(?)'의 트윗때문이었다.
우선은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영화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봐야만 한다는 사명감 내지 의무감은 없었다.
많은 이들의 리뷰에서 <카모메 식당>과 같은 감성을 가진 영화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슬로우 라이프를 꿈꾼다면....
아...잔잔하긴 무지하게 잔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영화를 못 본지도 꽤 되고,
꼭 봐야하는 영화도 못 보고 있는 마당에 선택하고 싶을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등장인물을 아는 순간!!!!!!
이건 꼭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그 이름하여 '카세 료'!!!!
사실 그가 나오는 영화인 줄도 몰랐으니,
나를 그의 팬이라 지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믿음과 신뢰가 있는 좋아하는 배우라고 말할 수 있는 '카세 료'.
좋아한지도 얼마 안 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다.
매번 11인치, 작은 모니터를 통해 그의 연기를 봤을 뿐.
<수영장>은 정말, 오로지,
카세 료를 모니터가 아닌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했다.

최근 영화 볼 시간이 많지 않아,
마라톤 10km를 뛰고 온 일요일 오후,
공화문 스폰지 하우스를 찾았다.
함께 해 줄 수 있다는 친구를 떼어 놓고 홀로 영화관에 들어갔다.
(<러브레터>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친구에게 아무래도 이 영화는 무리일 듯 싶었다.)

예상은 했으나,
아.....너무 잔잔하다.
사실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그 정도 잔잔함은 긍정의 마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수도 있는데..
전날 음주 후 새벽에 일어나 생에 첫 10km의 마라톤을 뛰고 온 몇 시간 후의 컨디션으로서는 눈이 감기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조금은 더 흥미진진하게, 즐겁게 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함께 관람한 사람들 중 팬들이 많았는지
(누구의, 무엇의 팬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전혀 웃음 포인트가 아닌 곳에서도 나름 웃음이 많이 나왔다.

영화는 일본에 사는 딸이 4년 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가족을 버리고 태국에서 리조트를 하는 엄마를 찾아가 함께 생활하는 며칠간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 엄마를 도와 주는 사람이 카세 료이고.
(그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카세료가 나오면 극장을 떠돌고 있는 내 혼을 붙잡아 오려고 갖은 애를 썼다. 아. 카세 료는 이제, 정말, 그냥, 막 좋다.)
무튼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포인트는 부모(엄마)라는 사람은 꼭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만,
아니, 조금 정확하게 하고 픈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청소년인 딸을 할머니께 맡기고 떠나는 게 엄머로서 옳은 일일까?
잘못된 일이라며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엄마가 돌보고 있는 태국 소년마저 질투 하는 딸은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의 부재는 자녀를 나쁜 길로 빠지게 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엄마는 말한다.
네가 그러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내가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오랜 시간 고민해왔던 문제.
한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엄마로서의 모성이 부딪힐 때 낮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 영화가 조금은 대답이 된 듯도 하고,
어떠한 결론도 알려주지 않은 듯 하기도 하고.
무튼,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좋았다.
(졸음을 참느냐 갖은 애를 써 놓고 좋았다, 표현하기에는 모순이 있는 듯 하기도 하지만!ㅋㅋ)

그리고 뭐, 살짝 좋았던 부분은
딸이 하는 말 중 핸드폰 없이 사는 삶은 꿈도 꾼 적이 없었는데...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구나, 알았다는 말.
그리고 처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는 말.

나도 핸드폰을 버리고 하늘을 보고 싶어졌다.
수영장 앞에서 하늘을 비추고 있는 그 물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그런 감정에 휩싸이게 한,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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