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종편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오늘은 김태호 PD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이야기의 끝에는 종편이 있을 듯 싶어,
지껄이기의 방향을 바꾸었다.

아무 것도 아닌 우매한 일반 대중의 입장으로서,
거대 언론사들의 종편 승인은
자본주의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생각했으며
또 한편으로 언론정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일종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여겼다.

하지만 언론에 종사하는 몇 명의 친구들로부터,
승인 허가를 얻은 언론사들의 사내 분위기에 대해 접하고 난 후,
'기회'를 바랐던 나에게,
일종의 회의감과 실망감이 생겼다. 
사내에서 그 종편의 인력들을 충원시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으며,
사외의 분위기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수현 작가가 종편에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들이 새로운 신입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기존의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며,
모든 컨텐츠는 이미 주류가 되어버린 외주 제작사에서 진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거대 자본이 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나에게 기회가 되지는 않는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또 부정도 긍정도 아닌 감정으로 지내길 몇 달.

종편으로 넘어가고 싶어하는 일간지 직원(굳이 기자라는 표현은 하지 않겠다)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종편으로 넘어간 사람들을 좀더 대단하게 볼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해 들으며,
조금씩 조금씩
종편이 갖게 되는 권력에 대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운혁 PD가 종편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김태호 PD의 이야기가 한바탕 시끄럽게 온라인을 휩쓸고 간 지금,
나의 무지가 어마어마한 일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었다.
현재의 방송국 역시 권력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
그저 언론사 역시 하나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일 뿐인데,
(나의 머리속에서 언론사의 긍정적인 기능에 대한 부분은 이미 그 신뢰에 금이 간 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거대 언론사의 종편이 뭐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며,
또 한쪽 편에서는 지금의 국영, 공영 방송에 비해 그 규모를 뛰어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민영 방송국일 뿐이 아닌가...하는 마음.
그런데, 얼마나 무지했던것인가.
이런 생각이.

나의 생각보다 그들의 자본력은 거대했고,
그리고, 그들은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여전히 사주의 잘못을 절대 비난하지 못하는 언론이,
힘내세요. 사장님을 외치고 있는 기자들이 판치는 그 곳에서,
방송마저도 그들의 뜻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대중들은 더욱더 무지해지고, 편협해지게 될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상업성과 자극성 넘치는 방송을 보게 될까.

사회적인 이슈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싫어,
생각하기를 멈추고, 고민하기를 멈추고 살아갔는데.
오늘은 웬지 걱정이 되었다.

P.S 정말 처음에는 단순히 김태호 PD가 멋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무한도전의 열렬한 팬으로서.
      근데 생각이 산 넘고 물 넘어 여기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의지와 의식과 신념을 갖고 살아가자, 라는 다짐으로 어설픈 끝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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