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썼던 게 다 날라가서 조금 빈정도 상하고, 쓸 맛도 떨어지긴 했지만...
오늘의 이 감정을, 이 상황을 조금은 기억해보고 싶다.

무색하게,
이 전에 쓴 글이 무색하게
나의 백수 예고제는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누군가는 유예기간이라 표현하기도 했지만.

어쩜 나는 용기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불의에 대항할,
그리고 불확실한 내 내일에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몸을 내던지기가.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잡아줄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을'이라는 지렁이의 꿈틀거림으로 끝나버리게 된 건질도 모르겠다.

일정 부분은 진실,
일정 부분은 거짓.

어쩌면 단지 내게 애정과 열의가 없기에 그런 '꿈틀거림'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께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그저 투명 회사일 뿐이다.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취업을 걱정하는 부모님.
나 역시 이 곳에 우연처럼 흘러들어와 그저 머물다 떠날 곳이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오늘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당근을 거절한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근을 거절한 나의 한 마디 이후, 상대는 분노했고 우리는 어떠한 대화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서 싸워야했을까.

어떻게 보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문제라 여기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을 내가 구태여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리고자 하는 건 아닌지.
나의 유별스러움으로.

근데 나는 그랬다.
문제를 문제로 여겨주길 바랬다. 당연한 행동이 아니라고, 참고 견디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슬픈 단 한가지는,
내가 문제로 여겨주길 바란 단 한사람이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지만.

악의가 없었다고,
그저 상대의 화법 중 하나라고,
좋은 의도였다고 말하기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욕'은 언어 폭력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누군가는 백수를 포기한 내게 넘어가줘서 고맙다 말했다.
또 누군가는 상대도 후회하고 있을 거라며 날 위로 했다.
고맙다 말해준 이에게는 미안하다.
큰일로 만들어버려서.
하지만 위로를 해준 분에게는...
잘 모르겠다.
믿음괴 신뢰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질 순 없는 것이니.

그렇게 길고 긴, 나의 하루.
내일을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린 하루.
확실한 한 가지는
어느 하루에 오늘과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난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아무리 싸가지가 바가지라는,
되바라졌다는,
까탈스럽고 깐깐하고 유별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해도...
난 오늘의 나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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