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구하기 전에 절대,
기존에 하던 일을 정리하지 않겠다던 엄마와의 굳은 약속을 뒤로하고 난,
몇시간 뒤 아무런 대책없이 사직서를 날릴 생각이다.
그래.
어쩜 난 여전히 철 없는 어린 아이일지도 모른다.
책임질 가정이 없다는 것, 부모라는 최소한의 의식주를 책임져줄 등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아주 철없게...
하지만 모욕과 수치를 견디며 사는 게 어른이라면,
난 과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들의 당근과 채찍 정책은 내게는 실패다.
문제 의식을 자각하지 못할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들이 무엇을 염려하는지...또 무엇을 걱정하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표현방식이 너무나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원래도 입이 거친 사람이니 이해하라고.
아니, 성숙한 성인이라면 '원래 그렇다는 것'은 어떤 변명이나 핑계도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게 나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보다 나이와 지위가 어린 사람들에게 하는 자신의 '표현'이 그 상대를 다루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자신을 무서워하게 만드는,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수단.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존경을 받아야지, 공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은가.
그 사람의 거친 입뿐아니라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일관성을 잃은 사고 방식이다.

이 회사에 다닌지 얼나 되지 않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만 두는 모습을 봤다.
내게도 그 화살이 날라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많이 고민했었다.
나 역시 정에 이끌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니까"라며,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명확해졌다.
나를 향해 날라온 화살은 아니었지만.
과녁없이 무리지어 날아온 화살에 스치고 간 오늘,
명확히 깨달았다.
아닌 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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