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쓴 글이었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잊혀질 게 싫어서.
사라질 게 싫어서.
이곳에 남긴다.



가을, 꿈과 낭만을 만나다

가을이 되면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높고 청명한 하늘을 떠올리는 계절, 가을에 왜 나는 흐린 가을을 떠올리며 이 노래를 생각하는가. 그건 아마도 가사 중 “난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라는 구절 때문일 것이다. 내가 다시 만나고픈 잊혀진 꿈은 과연 무엇일까.

요즘은 계절의 바뀜을 잘 느끼지 못한다. 가을이 왔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하늘을 볼 여유가 없어 하늘이 높아지고 푸르러졌음을 알지 못했다. 거리를 걸으면서도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혹은 빨간색으로 변했음을 알지 못했다.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기위해 이리저리 뛰던 모습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아마 내게서 잊혀진 꿈은 ‘가을의 여유로움과 낭만’을 만끽하던 내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인가보다.

어렸을 적에는 친구들에게 곧잘 편지를 쓰고는 했다. 예쁘게 꾸미지는 못해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썼고, 가을이 되면 편지봉투 속에 말린 단풍잎을 넣어 전해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단풍잎에 짧은 글귀를 적어 코팅을 해 서로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로 메일을 보내고 메신저와 핸드폰으로 연락하며 손으로 직접 쓰는 편지, 그리고 단풍잎은 내 기억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기계에 익숙해진 손이 편지지와 펜을 멀리하면서 누군가와 추억할 낭만은 점점 사라져 버린 것 같다.

가을 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건 누군가와 함께 했던 추억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가을 하늘엔 맑거나 흐리거나 편지를 써야겠다. 누군가에게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말린 단풍잎 하나도 함께 넣어서 말이다. 잊혀져간 꿈과 낭만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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