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치훈은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좌뇌 전엽부에 감정을 전달하는 회로가 남들보다 적다고.
그래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천재는 아니지만, 나는 그런 치훈을 보며
내가 치훈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남들에 비해 분노도 슬픔도 기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나.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치훈과 나는 다르다.
나는 감정을 느끼나 그 감정에 끈임없는 의심을 품는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진실된가.
그저 상황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래서 그렇다고 믿고 있는 거짓일 뿐인 건 아닌가.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정에 휘둘리는 것.
감정이 나의 이성을 막아서는 것.

그래서 나는 사랑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외로움이 외로움인지도 모르고,
고독이 고독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상처받지 않지만,
상처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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