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은 따뜻한 온도의 상징이다.
주황은 황혼을 의미하는 저녘놀의 빛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렇게 주황빛을 띄는 영화였다.
만복 할아버지의 새벽녘을 밝혀주는 가로등의 불빛같은...
그런 주황빛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강풀의 원작만화라는 이유가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추창민 감독님.
솔직히 아직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 분의 단편 영화인 <사월의 끝>은 영원히 내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며, <사랑을 놓치다> 역시 가끔씩 꺼내 보는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그 분이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작품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조금은 걱정과 우려가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끈임없이 원작과 비교당할 수도 있으므로...
그리고 나와는 다른 이유로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걱정을 샀다.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 중년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
그런 영화가 주 관객층인 젊은이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내가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된 것은 만화가 아닌 연극이었다. 솔직히 연극을 보면서도 엄청 울었었던 기억이 있다. 내게는 꽤나 감동스러운 작품이었는데, 이 연극 봤다는 또 다른 친구의 감상평이 충격이었다. 너무나 신파조여서 지루했다는...
같은 작품을 보고도 다른 걸 느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달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도 너무 신파조는 아닐런지 약간 걱정했는데...그냥 따뜻했다. 주황빛 온도로 내 몸을 녹였다.
좋았던 장면은 연극에서와 비슷했다. '당신'이라는 말은 한사람에게밖에는 쓸수 없기에 '당신'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말하고 싶다고. '그대'를 사랑한다고...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호상'이라 말하느 자식들에게 호통을 치던 만복 할아버지의 모습이...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과연 배우자의 죽음은 어떤 걸까.
중고등학교 시절, 실과 시간었나?
스트레스의 1순위가 배우자의 죽음이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 후,
고모부의 교통 사고로 혼자가 되신 고모의 전화를 받았다.
고모는 아무 이유없이 내게 미안하다 했다.
가슴이...많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지 군봉 아저씨 부부의 죽음이 너무나 ㄹ펐다.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 행복전도사 최윤희 님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침마당에서 몇 번 뵌적이 있는 그 분의 기사를 우연히 검색했다,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자실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녀의 남편이 함께 죽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닐까.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
그것이 2,30년 이상 살아온 부부라면, 자식들이 장성하여 다 떠나 둘만 남은 부부라면 더욱더.
그래서 이 영화가 슬펐다. 가슴이 아팠다.

솔직히 만복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의 사랑은 하나의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존재할 수는 있지만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
모두 꿈꾸고 바라지만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
노년의 사랑이라고 비웃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건, 나이가 드신 분이건, 나이를 떠나서 그 누구에게건 그렇게 조건없이 순수한 사랑응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에 불신의 눈초리를 던지면서도, 이 영화는 현실과 어울리지 않을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영화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아날로그적인 사랑이 좋다.
어려워도, 힘들어도, 쉽게 오는 게 아니라도 그렇게 사랑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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