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나 좋아한 연극 <20세기 소년 소녀 창가집>.
연극의 내용이 슬퍼서가 아니라,
연극의 무언가가 나를 자극해, 정말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그 날.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연극을 잊을 수가 없다.



- 2006.03.25 02:43에 작성한 글


정의신 작· 마쓰모토 유코  연출 

 
나는 미도리다.
20세기의 미도리가 21세기의 미도리에게 묻는다.
"넌 왜 뱃사람이 되지 못했니?"
10대의 내가 20대의 나에게 묻는다.
"넌 왜 객석에 앉아있니?"라고_
 
연극을 보는 내내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2시간 20분의 공연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다니.
 
방송에서 봤었던
타워팰리스 앞에 살고있는 판자촌이 생각났다.
<노인 새되어 날다>라는 연극에서
산업화에 고향을 잃고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권노인이 생각났다.
 
소외받은 사람들
삶의 밑바닥이라 불려지는 곳에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삶, 미래, 내일_
 
뱃사람이 되고 싶고, 남자가 되고 싶었던 어린 미도리가 다 싫다며 울부짖기 시작했을 때부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머리속에 너무 많은 생각들이 얽혀 내가 왜 우는지도 알수 없는 이유 모를 눈물들이_
 
이 연극은 말한다
추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이고 행복이라고_
지금의 삶의 고통과 아픔은 누구나 다 겪는 일일 뿐이라고_
이런 고난이 100년 후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_
아름다운 저녁 놀 속에 어린 미도리가 살던 20세기가 저물어간다.
 
21세기의 성인 미도리는 남자도 되지 못했다.
뱃사람도 되지 못했다.
재봉틀 판매원이 됐을 뿐이다.
 
행복_
진실_
 
나에게 그들에게서 희망과 동시에 슬픔과 아픔을 봤다.
결국은 뱃사람이 되지 못한 미도리가 나는 너무 아팠다.

P.s
요즘들어 연극에 대한 한계점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연극의 먹는 장면이라던지 격력한 싸움 장면을 보면 그럴 장면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눈 앞의 무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연기라는 것을, 허구라는 사실을 자꾸만 인지하게 된는 것이다.
나는 NG가 없는 연극이 좋았다. NG가 없기때문에 그만큼 더 땀흘리며 노력해야만 하는 그런 연극이 좋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게 해주는 연극이 좋았다.
그런데 관객이 그것이 연극일 뿐이라고 느끼는 순간_그것은 이미 내가 좋아했던 연극이 아니니까_
그러나 이 연극은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무진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 물이 나오는 펌프(?)에서 부터 실제로 흙을 팔 수 있게끔 장치를 해놓은 세세함 까지 정말 깜짝 놀랐다. 흙을 던지는 것도 그랬고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것도 그랬다. 또한 배우들이 정말로 술(아마도 우유였을 듯 싶닫)을 먹는 장면에서도 놀라움을 금할 수 가없었다. 배우들은 너무 힘들었을 것 같지만 보고 있는 나에게는 일종의 희열까지 느껴졌다고 한다면 그 것은 오바일까.
일본 작품이었지만 절대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한국인의 정서에도 너무나 잘 맡는 연극이었다. 서사적인 스토리 구조를 사용하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오버랩등이 적절하게 잘 구사되었고, 과거와 현재의 만남같은 부분은 연극을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줬다.
간만에 너무 마음에 드는 연극을 만났다.
그래서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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