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단막 드라마가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인 <외등>.
박범신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가 너무나 좋아서 소설을 읽었는데...
드라마가 더 좋았다.
물론, 소설이 별로였다기 보다는
소설은 좀 자극적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자극보다는 '순수'가 강조되었기 때문.


- 2005.06.02 20:03에 작성한 글




나를 위해 불을 밝혀주세요..

하얀 눈속에 그를 만났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태어난 그녀를 위해,
그녀를 다시 한번 태어나게 해 주기 위해 그는 눈이 되었습니다.
하얀 눈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눈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외등을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하얀 눈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름다운 영상과 슬픈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었습니다.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드라마더군요.
아련한 첫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내면의 아픔까지도..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은..드라마에서 강조되었듯이..
그들의 입맞춤입니다.
그들의 가슴떨림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두번째는...낙인...
그들을 감싸고 있는 낙인...
빨갱이의 아들이었으며, 위안부의 딸이었던 그들의..
아픔이 너무나 가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모든 걸 가진듯 보이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떤 또 다른 남자.
드라마에서는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미비하게 느낄수있었던
자신의 이복 오빠를 사랑했던 또 다른 여자.

이들 네명의 아픔이 내 마음속에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내 마음을 잡아둡니다..

그녀를 위해 눈 속에서 눈이 된 남자.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된 여자.
자신의 딸이 그림을 그리기 좋은 손을 가졌다는 사실을 그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겠지요..

그들은 서로에게 어두운 밤,
길을 밝혀주는 서로의 외등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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