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글들 중,
그나마 좀 쓸만한 것들을 옮기고 있다.
가급적 사진까지 그대로 옮기고 싶었는데...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박광정 아저씨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웬지, 마음이 좋지 않아서 그 때의 포스터를 찾으려다,
지금도 이 공연이 다시 상연 중이며,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인 정상훈 님이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상훈 님 나올 때 한번 가서 봐야겠다!


- 2005.05.06 19:30에 작성한 글.





처음에 '귀여운 수컷들의 우정파헤치기'라는 포스터 문구에
여성인 내가 거부감을 갖거나 남자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힘들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극으로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언젠가 한번쯤 내가 경험해본 듯 한 이야기, 그리고 경험할 것 같은 이야기에
때로는 추억의 웃음이, 때로는 서글픔의 웃음이 나기도 했다.
어쩌면 아트의 수현, 규태, 덕수는
남성들의 우정은 강하고 남자들은 리에 죽고 못산다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편견 때문에
자신의 맘 속에 응어리를 하나씩 만들어 놓고 말도 못 꺼낸채 쌓아만 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응어리가 풀리는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치 나의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맥주처럼 말이다.

아트는 마치 맥주와 같았다.
그들은 연극 내내 그림 한 점을 가지고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를 받는다. 이는 어쩌면 가벼워보이는 맥주의 거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갈등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 버릴 거품인 것이다.
규태가 수현에게 "난 너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었는데, 어느날 너는 더 이상 날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다."라고 절규할 때, 나는 가슴 한 구석에서 맥주의 쓴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흰 캔버스위에 그려진 스키타는 사람을 보고도,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말하던 수현의 모습에서 맥주의 쏴~함을 느끼며,
나의 모든 갈증은 해소되었다.

이 연극은 비단 남자들의 이야기만으로 국한 되지 않을 것이다.
타지에 나와 고향의 친구들과 점점 멀어져 가는 나에게 이 연극은 연극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점점 나 아닌 인간, 특히 나를 가장 잘 이해해준다고 믿었던 친구와 멀어진다는 느낌,
그리고 어쩌면 나 혼자 그 생각으로 가슴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나만의 목소리로 상대방을 외롭고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현대사회의 근본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맺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하나가 된 세사람 처럼..
지금 현재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도 그대로....이길..
전화를 들어, 말을 건네본다.
"여보게 친구, 오늘 저녁 시원한 맥주 한 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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