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과제로 냈던 영화 감상문이었음.
아래 성실히 쓴 것만큼
인상 깊진 않았던 것이 진실.
브래드 피트의 뒷태를 제외하고는.



- 2004.06.25 19:47에 작성한 글.




이 영화를 볼 때 '트로이의 목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아킬레스의 약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리스 신화를 읽어보지 못했다고, 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이 영화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을 위한, 인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아킬레스가 여사제에게 하는 말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신은 인간을 질투해." 그리고는 그 이유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죽음 앞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아킬레스의 말이 우리가 신보다 위대할 수는 없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역대 최강의 캐스팅? 아니면 "2억불의 제작비, 75,000명의 엑스트라, 200명의 기술자, 500명의 인부동원, 12,240평 넓이의 트로이 성, 12.192미터의 트로이 목마"등의 어마어마한 숫자 때문일까? 난 이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물 속에서 그 이유를 찾고 싶다.

"유사이래 인간은 늘 전쟁을 해왔다. 권력을 위해, 영광과 명예를 위해, 그리고 때로는 사랑을 위해"라는 시놉시스가 말해주듯이 그들의 인물구조는 아주 다양하면서도 대립적이다. 일단 권력과 야망에 노예처럼 사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은 오만하면서도 이기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반면에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는 국가를 사랑하는 인자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자식을 죽인 아킬레스를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찾기위해 그의 손에 입을 맞추는 왕의 모습에서 우리는 미련스럽도록 아름다운 사랑을 느낄 수 가 있다. 이 두 왕의 극명한 성격의 대립이 우리가 이 영화에 재미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될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 트로이의 왕자 핵토르와 미케네의 전사 아킬레스 일 것이다. 핵토르는 현명하며, 가족과 조국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버지처럼 무조건적으로 신을 섬기지 않는 이성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군사들에게 자신의 여인과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그가 싸우는 이유는 단 두 가지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자신의 동생 파리스를 위하여,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이에 반에 타고난 전사 아킬레스의 전투 목적은 무엇인가. 전투를 위해 타고난 운명도 있었지만, 그는 후세에 길이 남을 이름을 위하여 싸움을 할 뿐이었다. 이 두 명의 대립은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힘이다. 하지만, 그 대립 속에서 아킬레스의 변화는 영화를 한 층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여사제를 만나고 난 후부터 변해가는 그의 마음. 그는 여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불멸의 전사이다. 인간이라 말하기에는 무언가 어색했던 그. 하지만 여사제를 만나면서 그는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인간이고 싶었던 마음을 들어낸다. 살상기계가 아닌 꿈속에서 자신이 죽인 그저 불쌍한 이름 없는 군사들의 손짓을 받아야하는 한 인간이고 싶었던 마음을 말이다. 영화를 보는 이들이 그 마음을 알기에 핵토르와의 결투를 피할 수 없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정말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권력의 노예 아가멤논, 부드러운 프리아모스, 사랑에는 정열적이지만 나약하고 비겁한 파리스, 그리고 핵토르와 아킬레스. 트로이의 목마를 생각해낸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영화의 마지막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핵토르, 아킬레스와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이름이 기억되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과 같은 사람이 고대 그리스 시대에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에도 핵토르와 아킬레스가 있다는 것이다. 아가멤논과 프리아모스와 파리스 같은 사람과 함께 신이 될 수 는 없지만, 자신의 신념앞에 떳떳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말이다. 인간은 죽을 수 있기에 행복하다. 이게 '트로이'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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