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공포영화에 홀릭...까지는 아니고,
조금 흥미를 느꼈던 시절. 



- 2007/08/07 15:55에 작성한 글.

 얼마전부터 영화 <1408>이 보고 싶었다.
 공포영화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이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

 용산 CGV에 도착.
 월요일에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여름방학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1408>은 첫 영화 시간이 저녁 5시!! 상영시간도 그렇지만 관이 너무 적게 배급되어 있었다.  
 상영관을 디워가 너무 독식하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 나라 영화 배급에   참 문제가 있다고 생가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쩝쩝~ 그건 순전히 영화 문제??? 

내가 왜 이영화를 보고 싶어했을까. 단순히 영화관에서 본 예고, 그뿐이었는데. 나를 끌어당겼다.

존 쿠삭 아저씨는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콘 에어> <세렌디피티> 등에 나오셨다는데, 그 두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외국 배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나;;; 근데 <타인의 삶>에서 비즐러와 조금 비슷한 인상이랄까)

아무튼 존 쿠삭 아저씨의 연기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적절한 긴장감도 좋았다. 무엇보다 결론이 궁금했다. 들어가지 말라는 1408호에 들어간 그 소설가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나올 수 있었을까. 그 공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영화의 초반 긴장감은 굉장히 괜찮았다. 자신을 똑같이 흉내내는 건너편 건물 속 사람이라던지, 갑자기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서 오는 침묵의 공포, 혹은 너무 크고 복잡한 소리의 혼합체인 소음의 공포. 그리고 때때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원혼(?)들의 공격이라는 환영. 심리적이고도 원초적인 공포를 함께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과도한 현실과 환상은 혼란과 공포의 반복은 더 이상 긴장감이 아닌 지루함을 주었다. 존 쿠삭 아저씨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그 분의 원맨쇼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는 공포 서설가가 돌핀 호텔 1408호에서 경험하게 되는 믿을 수 없는 일들. 나는 분명 그것이 죽은 딸과 아버지에 대한 심리적인 이유로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딸을 잃어 고통인 공간 뉴옥에서 오는 정신적인 혼란들. 그래서 웬지 그 공포 자체를 그가 만들어 냈고, 나중에 녹음기에 의해 밝혀지는..(오히려 진부할 수 있는) 최근 반전 영화와 같은 결말을 기대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를 그렇게 만든 원인을 찾으려 더욱 노력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웬지 중요하게 느껴졌던 아버지와의 관계도 아무 설명이 없었던 것은 아직까지도 가장 큰 아쉬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에 대한 '공포'만을 말한 걸수도 있기는 하겠다)

이 영화는 공포에 대한 총집합체이다. 극한의 추위에서 오는 공포, 물에 빠지는 것에 대한 공포, 그리고 반복과 끝나지 않음에 대한 공포. 하지만 그렇게 공포의 종합 선물 세트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마냥 즐거울 수 만은 없었다. 점점 공포에 대한 희소성이 떨어지니까.

뭐_ 존 쿠삭 아저씨가 이미 죽은 사람이더라, 혹은 정신 착란을 일으킨것이더라 하는 더 통속적인(일 수 있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그 모든 공포는 실제였으며, 그 방은 악마에 사로 잡혔고, 사후 세계가 존재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녹음된 죽은 딸의 목소리로 확인 시켜주며 끝을 맺는다.

나 역시 눈에 보이는 것만 믿기 때문일까. 아니, 나는 사후세계도 믿고 영혼도 믿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악마에 사로잡힌 방이라는 사실로 결망르 맺는 이 영화가 너무 너무 허무했다. 사람의 공포는 언제나 가슴 깊숙한 곳. 심리적인 부분에서 극대화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말 무서운 것은 악마보다고 귀신보다도, 자기자신의 숨겨진 1인치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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