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010년 12월 20일
영화관 : 씨너스센트럴



젠장.
아이폰에 열나게 두드려대던 리뷰가 다 날라가 버렸다.
꽤나 많이 썼는데,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면,
솔직히 다시 쓰기가 엄청나게 싫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또 손을 놓아버리면,
영영 사라져버릴까봐,
몇 자라도 끄적여보련다.

<쩨쩨한 로맨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두 배우!
최강희와 이선균의 조합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꼭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내 아무리,
혼자 영화 보는 걸 즐기는 모태솔로라 할지라도,
이런 영화를 혼자 보러가는 건...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인생을 어떻게 산 건지,
같이 봐주겠다는 녀석 한 명 없고.

그나마 한 녀석은
자기 남친이랑 보러가는데 껴서 가라니,
그건 더 슬프잖아!!!

그래서 이걸 어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중,
동지가 생겨서 결국 오늘 세이브.

사실 보고 싶은 영화는 사전 정보를 잘 얻지 않는 편인데,
<쩨쩨한 로맨스>의 경우,
류현경의 기사에 낚여버렸다.
그렇게 한 번 시작했더니 줄줄이 연관 검색으로 클릭질!
(사실 '단팥빵 철인'이었던 이들에게는 최강희와 류현경을 투 샷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몇 개의 기사를 읽고 난 후,
이 영화에 기대하게 바는 아래와 같다.

- 19금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
- 이선균이 <파스타>에서 보여줬던 달달한 미소
- 최강희의 그 입에서 나오는 19금 언어들
- 배우들 사이에 논쟁이 되었다는 마지막 백허그 씬
(이선균 배우는 왜 여성들이 백허그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신다.
촬영 후 아내에게 써 보았다는 후일담이...)

<쩨쩨한 로맨스>는 딱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였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기대 이상으로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맛이 있었지만
스토리가 기대에 조금 못 미쳤던 관계로,
결국은 퉁 쳐서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로 통일하리라.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의아하지만 <미술관 옆 동물원>이 많이 생각났다.
<미술관 옆 동물원>의 성인 버전이 있다면 <쩨쩨한 로맨스>가 아닐까.
물론 두 영화 사이에 소재와 캐릭터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서로 다른 두 남녀, 춘희와 철수가 우연히 한 공간에서 지내면서,
함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의 인물들은 극중 극 형식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두 사람이 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림자 처리가 되어 보이기도 한다.
마치 <쩨쩨한 로맨스>에서 스토리 작가 다림과 만화가 정배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며,
그 작품 속에 자신들을 투영시켜 나가듯이.
하지만 <미술관 옆 동물원>에 비해 <쩨쩨한 로맨스>는 대담하고, 솔직하고, 깜찍발랄하다.

솔직히 이 영화에서 성에 관련된 부분은,
그저 호기심을 자극하고 캐릭터를 분명히 하기 위한 장치일 뿐
큰 중요성을 갖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와 성의 결합은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조금은 거북할 수도 있는데, 발랄하고 귀엽기만 하다.
(물론, 이는 감독의 의도대로 최강희라는 최고의 배우 때문일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의 성에 관한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 관객인 2,30대 여성 뿐 아니라,
중년 여성에게도 먹히는 것 같다.
극장 분위기가 좋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중년 여성분들의 웃음 소리가 꽤나 많이 들렸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은 사실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소소한 재미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정말 정배와 다림의 배드신은 정말 2010년 최고가 아니었을까.
최강희 님의 저돌적인 그 모습은,
정말! 대박이셨습니다.
정말 "키스를 글로 배웠습니다!"라는 멘트가
머리 속을 둥둥 떠다녀서...!
그리고, 이선균 배우님의 그 눈빛은 어디서 파는 건가요?
목소리 때문에 반한 배우인데, 이제는 그 눈빛에 정말 사로잡혀버리고 말았다.

연애 따위, 사랑 따위
내게는 그냥 멀고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그래서 혼자인 내게,
조금은 자극이 되는, 혹은 치료가 되는
그런 영화였다.

달달...달달...달달...달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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