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골든 슬럼버
저자: 이사카 코타로



이.사.카.코.타.로.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교보문고에서였다.

최근 일본영화에 좀 빠져있었다.
빠져있었다고 말하기도 우습긴 하지만,
심각하고 무거운 영화를 보기도 싫고,
그렇다고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도 원치 않는 내게,
그나마 나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일본 영화였다.

그렇게 본 일본 영화 중 두 편의 작품의 원작이
서점에 놓여있는 것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사신치바>!
나는 이 두 영화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이렇게 영화화가 많이 되는 것일까?
(뭐 원래도 일본은 원소스 멀티유스가 잘 발전되어 있지만)

그 작가의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가,
드디어 <골든 슬럼버>를 집어들게 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최고봉이라는 홍보 포인트가 
정말 절절히 이해가 갔다.
일단은 재.밌.으.니.까.

애초에 재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물론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봤던 나로서는 뭔가
사회적인 의식을 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하지만 오락,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었다.
일단은 감시사회라는 불가능하지 않은 문제가 바로
이 소설 속에 있었다.

감시 사회 속에서 국가, 혹은 권력이 얼마나 많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것이.

존 케네디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한 인간이 권력에 의해 어디까지 자신을 잃어버려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그 권력의 실체와 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이 소설이
솔직해서 좋았다.

결국은 '살아남는 것' 
'도망'일지언정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그 소설이 좋았다.

그 소설이 소설 속에서 말했듯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본 얼티메이텀> 같은 영화와 같이 
누명을 입은 주인공의 영웅적인 복수처럼
끝을 맺었더라면 이것은 그저 소설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그저 개인으로 스스로의 살 길을 찾아간 주인공이 있었기에,
이 소설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중간에 살인자와의 공조(?) 부분에서는 꽤나 소설틱한 느낌이 있어지만)

그리고, 그런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 외에 
좋았던 것은,
청춘, 추억을 말하고 있다는 거.
삶이라는 이름 속에서 잊고 살았던 추억을 끄집어 낸다는 것.
그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날을 추억하는 
비틀즈의 노래 <골든 슬럼버>와 닮아 있다.

나도 언제가는 그들을 기억하게 될까.
내 청춘을.
내 청춘에 함께 해준 친구들을.

이 작가.
음악성이 뛰어나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서도
극 전반에 흐르는 노래가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흐르는데
<골든 슬럼버>도 마찬가지다.

비틀즈의 노래가 책장을 타고 흘러내린다.
<골든 슬럼버> 외에도 <Help> 등도.
책을 읽고 있는데,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효과가 이 작가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가 아닐가 싶다.

아무래도,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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