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시작할 때,
첫방전 예고편은 꽤나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된다.
예고편이 너무 무겁거나 어두워보이면
별로 드라마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반면, 영상이 무자게 예쁘거나 톡톡 튀는 발랄한 느낌의
예고편은 눈길은 끈다.

<시크릿 가든>은 예고편부터 눈길이 가는 드라마였다.
당신의 정체성을 찾아 준다는 카피도 꽤나 마음에 들었고,
벤치 위 키스신도 예뻤다.
그렇게 크게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현빈과 하지원의 조합도 꽤나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시크릿 가든> 1회.
이거 이거 대박이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가 누구인지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너무 재밌고,
살아있다는 느낌이랄까?
캐릭터 구성도 그렇다.
까칠 도도 왕자, 주원(현빈)도 그렇고,
멋있다는 말이 더 좋은 스턴트 우먼, 라임(하지원)의 캐릭터도
생생했다.

이렇게 재밌는 대본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누굴까?
한 사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인터넷을 하고 있는 오빠에게 <시크릿 가든>의 작가를 찾아보라고 했다.
역시나, 예상한대로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 시리즈의 김은숙 작가였다.

솔직히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끝까지 열성적으로 본 작품이 없다.
오락적으로는 매우 재미있었지만,
항상 끝까지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느샌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그런 드라마가 되었다.
항상 부자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설정이,
뭐랄까.
진부하게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예상가능한 범위의 이야기 전개라던지,
아니면 지극히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나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더욱이 현빈과 함껙 했던 <백만장자의 첫사랑>의 경우에는,
더더욱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너무나 예쁘게 그린 로맨스였다.
사랑이란게 그렇게 예쁘기만 한건 아니라는 생각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그런 내가,
그런 내가,
이토록 <시크릿 가든>에 열광하고 있다니.

이전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과 <시크릿 가든>이 뭐가 다르기에,
내가 이토록 빠져들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우선, 판타지다.
이 드라마는 아예 판타지를 처음부터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심지어 소재 자체도 영혼 교환이다.
처음에는 남녀의 영혼이 바뀐다는 것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된 소재이기에 달갑지 않았는데,
4회까지 시청한 지금은,
빨리 영혼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가 살아있기 때문에,
영혼이 교환되도 진부함보다는 더욱 신선하고 재밌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 중간 주원이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난 후,
자꾸만 라임이 생각나는 장면을
아예 라임을 등장 시켜버리는 것으로 연출했는데,
그런 판타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앨리맥빌>에서 앨리가 자꾸만 환영이나 환청을 듣는 것처럼
주원도 그렇제 판타지 속에 살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여러권의 시집으로 한 편의 시처럼 화면에 써내려간 것도 참신하면서도 눈길을 끌었고,
다 떼어낸 꽃잎이 주원이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자라난 장면은 조금 유치하기는 했으나,
드라마의 흐름상으로 봤을 때는 아기자기 하고 예뻤다.
판타지가 없었더라면 이 드라마는 또 그렇게 현실성 제로의
뻔하고 뻔한 변형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판타지가 있음으로서 이 드라마는 차별성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캐릭터와 대사의 힘, 연기력의 삼위일체랄까.
어떻게 그런 캐릭터를 창조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주원의 말과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빈이 너무나 잘 연기해주고 있다.
현빈이 물이 올랐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원도 매우 안정되어 있고.

대사는 정말 대박.
부럽다.
그런 대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

나중에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보았다.
<시티홀>의 참패 이후,
대놓고 재밌게 쓰려고 작정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김은숙 작가는 대사는 좋은데, 구성은 별 볼일 없다는 그동안의 비판 때문에,
구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재밌게 쓰자고 마음을 먹으면,
재밌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능력이 있다는 소리일까.

아직은 4회가 끝난 초반부이니,
좀더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너무 재밌다.
주원과 라임의 감정선은 사람을 미치도록 설레게 만들고.
한번 지켜보자.
<시크릿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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