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010년 11월 7일
공연장 : 대학로 이다




좋아한다는 것이 잘 알고 있음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좋아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해왔다. 그리고 오늘,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깨닫게 되었다.

잘 모르면 어때? 눈치 보지 않고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면 좋아한다고 말해도 괜찮은 거 아냐?

종종 그런 생각을 해 왔다. 내가 음악이라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음악을 좋아하고 싶었지만 옛날의 내게 음악이란 모든 것에 두떨어지고 싶지 않던 내가 이성으로 좋아하던 대상이었다.

남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고 싶지 않아.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거기에 맞처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 그게 음악을 마주하는 나의 자세 였다.

하지만 2005년 한 뮤지션(혹은 아이돌, 엔터테이너)를 좋아하면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을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구해준 음악. 그 사람이 살아가고 싶게 위로를 건네 준 음악. 처음엔 단순히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가 좋아한다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그의 음악을 듣고...

그러다보니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아니, 지금도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때로 음악 속에 파묻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우울함이 내 폐부를 휩쓸고 갈 때에는 내게 음악이 위로가 되어 주는 순간이 왔다.

아직도 마니아처럼 음악을 듣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게 된 내가 좋다. 20살. 인디 밴드를 좋아하던 친구들 틈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거리를 뒀던 내 자신이 아쉬울만큼. 지금이라면이란 미련을 질질 흘리며 다닐 만큼은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

운명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타이밍이라는 것은 있나보다. 그렇게 음악에 목 말라하고 있을때 기자 친구가 음악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친구의 덕으로 보게된 크라잉넛 콘서트. 콘서트만 보는 거면 상관이 없었는데 친구는 뒷풀이에 참석을 해야 했고 동행인의 입장으로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친구야 기자라는 명목이 있었지만 나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니까.

근데 그렇다고 뒷걸음치고 싶지도 않았다. 옵션 부록 같은 존재일지라도 쉽게 경험할수 없는 시간과 공간이니까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나보다 조금더 그 장소와 공간을 낯설어 할 수 있는 그 친구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콘서트는 솔직히 너무 좋았다. 정말 평범한 일반 대중. 크라잉넛의 노래라고는 전국민이 알고있는 <말달리자><룩셈부르크><서커스 유랑단><밤이 깊었네> 정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신나고 즐겁던지! <양귀비>나 <좋지 아니한가><비둘기>등등등 넘 좋은 노래들도 많고...

무엇보다도 무대에서의 그들이 너무나 신나고 즐거워보여서 행복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그들. 마음껏 춤을 추고, 마음껏 소리를 질러도 아무렇지 않은 시간과 공간. 자유 그 자체인 그 시공간이 너무 좋았다. 당분간은 또 그들의 음악을 미친듯이 듣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들과의 뒷풀이. 몇 마디 나누진 못했지만, 오라버니들이시기에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너무나 순수하게 느껴져서 또 한 번 기분이 좋은 순간이었다.

어쩔수 없이 나는 무대가 좋다.
무대 위에서 행복해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오늘 그들의 공연, 그들과의 시간을 통해 나는 행복의 길을 보았다. 내가 가야할 길... 내가 걸어야 할 길.. 그렇게 또 난 용기를 얻었다.

투명인간이어도 상관없어.
내 스스로가 자신으로 존재할 수있는 시간과 공간.
한걸음 더 그렇게 그렇게.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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